국토교통부 장관 등에게 공시지가 공시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한 부동산공시법이 위헌이라며 한 변호사 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부동산공시법 등이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며 지난달 7일 청구한 헌법소원을 지난 1일 각하했다. 각하란 해당 헌법소원이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만큼 본안 심리 없이 종결처분하는 절차를 일컫는다.
한변은 지난달 부동산공시법 제3조, 제10조, 제18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해당 조항은 국토부 장관과 시·군·구청장 등에게 부동산 공시지가의 조사·산정·공시 등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한변은 당시 “공시지가는 재산세, 상속증여세 등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준조세 산정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지표”라며 “그럼에도 (현 부동산공시법은) 행정부의 자의에 의해 공시지가의 급격하고 차별적인 인상이 가능케 해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한변이 청구한 헌법소원이 ‘직접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란 법률 그 자체에 의해 권리의 박탈 등이 생긴 경우를 뜻하므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해 비로소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변이 주장한 기본권 침해 효과는 행정부가 해당 부동산공시법 조항에 근거해 공시지가 결정·공시 등 집행행위를 할 때 발생하는 것이지, 해당 조항들로 인해 직접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헌재는 또 “집행행위에 관하여는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 등의 구제절차도 마련돼 있으므로 권리구제를 도모하는데 달리 장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직접성 요건을 문제삼아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한 제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조항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에서도 헌재는 같은 이유로 각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