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달러의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의존도가 높은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150원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미국 대선 이슈로 연말께 다시 1200원 부근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8일 오전 9시17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내린 1166.7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15일부터 3거래일 연속 1170원대에서 저점을 낮추다 이날 1160원대로 내려왔다. 지난 1월23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이처럼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날 기준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27포인트(0.29%) 내린 92.96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7월말 93포인트 밑으로 내려온 이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위안화의 초강세 흐름도 원화 강세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원화는 중국 경제와의 의존도가 높아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진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위안화 기준 환율을 0.0397위안(0.58%) 내린 6.782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내리는(위안화 강세) 것은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5일 지난달 소매판매가 2조9273억위안(약 509조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0.5% 늘었다고 발표했다. 전달(-1.1%)은 물론 시장 예상치(0.0%)를 크게 웃돈 수치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가 이어졌고, 특히 중국 지표가 개선된 점이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했다"며 "원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 인식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내렸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강세를 여파에 원·달러 환율은 115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이 2014년처럼 위안화 국제화, 내수 진작을 목표로 위안화 강세를 어느 수준까지 용인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위안화가 다음 지지선인 6.7위안까지 밀린다면 원·달러 환율의 1150원대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해 연말로 시계를 확장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대선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재료들이 쌓여있어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대선 소식에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말로 다가갈수록 원·달러 환율은 1200원 부근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