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전국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부산기업 중 반도체,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등 성장잠재력을 갖춘 신산업 분야를 찾기 힘든데다 코로나 19 여파와 수출부진 등으로 올해 기업위상은 더욱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된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나이스 신용평가사 등의 기업정보를 토대로 한 ‘2019년도 매출액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기업 현황’ 분석에서 이같은 결론을 내놓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기업은 34곳에 불과했다. 이들 중 절반인 17개 기업은 매출 순위가 500위 밖이다. 34사개사의 총매출액도 31조7845억으로 전국 1000대 기업 전체매출의 1.4%에 그쳤다. 1위인 서울의 1467조 5987억원가 비교하면 2.2%에 불과했다. 인천(57조 4289억)의 55%, 경남(51조 8153억)의 61% 수준에 그쳤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부산을 대표하는 이들 기업 중에는 코로나 사태로 성장 잠재력을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그린뉴딜 업종 등 신산업 분야의 기업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과 비교해서는 부동산 개발 및 시행사인 엠에스에이와 선박유류 공급사인 아이엠티인코퍼레이션, 풍력 관련 단조업체인 태웅이 전국 매출 1000대 기업에 새롭게 진입했다.반면 철강기업인 금강공업, 삼정, 부동산 시행사인 김해센텀2차PFV 등 3개 기업은 1000대 기업에서 탈락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19년에도 부산 매출 1위 기업의 타이틀은 지켰지만 전국 매출순위는 94위를 기록해 2018년보다 17계단이나 하락했다. 닛산의 로그 위탁 생산 종료 이후 추가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올해는 부산 유일의 전국 매출 100위 내 기업이라는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부산상의는 예상했다.
부산 매출 순위 10위권 내 대표기업 중 2018년보다 전국 매출 순위가 상승한 기업은 창신아이엔씨(304위→271위), 엘시티PFV (546위→333위), 화승인더스트리(452위→368위), 하이투자증권(449위→373위) 등 이었다. 하락한 기업은 르노삼성차와 부산은행(152위→155위), 한진중공업(216위→234위), 서원유통(233위→246위), 성우하이텍(308위→310위) 등이다.
2019년 매출순위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기업은 현대글로벌서비스였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배기가스 세정장치 수주 비중이 크게 늘면서 2018년 850위에서 2019년 463위로 387계단 상승했다.
이갑준 부산상의 상근부회장은 “부산기업의 매출 규모와 위상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핀테크와 바이오, 친환경 모빌리티 등 신성장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규제개선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