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의 유가증권 투자액이 올 상반기에만 4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에 비해 높은 금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자처로 유가증권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고이자율 인하로 주요 수익원인 순이자마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안전한 국공채·회사채나 전문성이 있는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다가 최근 들어 주식에도 점차 투자액을 늘리는 모양새다. 일부 저축은행은 사모펀드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주식 보유 17배 늘린 OK저축은행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SBI·OK·페퍼·한국투자·웰컴·유진 등 자산 순위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보유액은 작년 말 1조162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조4038억원으로 약 38% 증가했다. 유가증권은 크게 주식과 회사채,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이 포함된 수익증권 등이다.
주식을 집중 매입한 곳은 OK저축은행이다. 지난해 말 117억원에서 올 상반기 2155억원으로 유가증권 보유액을 크게 늘렸다. 이 중 주식 보유액만 1603억원이다. 같은 기간 총 자산이 3190억원 늘었는데 절반가량을 주식에 투입한 것이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손실 리스크를 감안해 유가증권 투자를 자제하라는 당국 방침에 따라 금융주 등 주가 변동성이 작은 주식 위주로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회사채 보유액을 148억원에서 899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본격적인 유가증권 투자를 위해 자산운용본부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운용 수익은 ‘적자’유가증권 투자를 늘렸지만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794억원의 비이자손실을 냈다. 대부분 유가증권에서 나온 손실이다. 손실 대부분은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이 포함된 수익증권에서 나왔다. 모아저축은행은 1288억원어치 수익증권을 샀는데 현재 가치는 1269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대부분 사모 부동산투자신탁(리츠)에서 나온 손실이다. OSB저축은행도 302억원 대부분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했는데 일부 손해를 봤다.
저축은행들은 은행권 금리가 0%대까지 떨어지면서 예금잔액을 크게 늘려 왔다. 하지만 대폭 늘린 예금잔액을 대출에만 쏟아붓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신용도가 높은 개인 사업자를 찾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신용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 잔액)을 110%로 제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상반기 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5조4000억원 늘었지만 대출은 4조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당국 관계자는 “자산가격이 폭락한 1분기에 비해 그나마 만회한 상황”이라며 “아직 유가증권 투자액이 크지 않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투자심사위원회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통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