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로 사이몬 회장,가두리양식장 구조물 등 해양제품 日 수출

입력 2020-09-17 15:12
수정 2020-09-17 15:14

이국로 사이몬 회장은 간편하게 노후 수도관을 개선하는 접철관을 비롯해 다양한 신제품을 최근 선보였다. 40년 넘게 수도관 가스관 등 플라스틱 파이프를 생산해왔지만 이젠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그 밑바탕엔 과감한 연구개발이 깔려 있다.

이국로 사이몬 회장(74)은 검도 8단에 태권도 9단이다. 둘 다 입신의 경지다. 그는 ‘나는 남과 다르다’라는 철학으로 살아왔다. 창업 초기엔 한복에 짚신을 신고 다녔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거래처 사람을 만나러 호텔을 방문했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그는 제품개발에서도 남과 차별화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개발한 접철관도 그중 하나다. 낡은 수도관에서 녹물이 나온다고 수도관을 전부 파내서 교체하기는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게 접철관이다. 원리는 복강경수술과 비슷하다. 우선 최소한의 구간(예컨대 1~5m)의 도로를 굴착한다. 수도관을 절단한 뒤 세척도구로 내부를 청소한다. 그 뒤 주름처럼 접힌 접철관을 안으로 들여보낸 다음 그 속으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으면 접철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수도관 안에 밀착된다. 그 다음 파이프 절단면을 이어 붙이고 도로를 다시 덮는다. 최소한의 도로만 파헤쳐 일정 구간의 공사를 간편하게 끝마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접철관을 개발해 사업화한 곳은 세계적으로 서너 개 국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이몬은 플라스틱 파이프업체다. 제품을 규격에 따라 분류하면 수백 종에 달한다. 수도관 하수관 통신관 가스관 등이다. 용도별로 소재와 물성이 다르다. 이런 제품만 생산하는 게 아니다. 요즘엔 신기술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서울 당산동에 있는 9층짜리 지주 빌딩(서울영업소)에 들어서면 사이몬과 이 회사 관계사인 지주의 제품이 전시돼 있다. 이 중 가두리양식장은 일본 오키나와 시마네 나가사키 등지에 수출된 제품이다. 선박계류시설이나 부두에 방주를 연결해 띄워서 수면의 높이에 따라 위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한 부잔교도 있다. 전국 10여 곳에 설치한 해양낚시공원, 플라스틱 파이프를 물에 띄운 뒤 거름망을 통해 쓰레기를 잡아내는 장치도 있다. 최근엔 플라스틱으로 만든 철도침목과 쾌속정도 선보였다. 이 회장은 “해양제품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몬의 본사 및 공장은 김포, 관계사인 지주의 본사는 창원, 공장은 충북 음성에 있다. 양사를 합친 공장규모는 약 6만6000㎡인데 최근 음성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전체 공장면적은 9만9000㎡로 늘어난다. 중소기업 공장치곤 꽤 큰 규모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여느 중소기업처럼 작은 공장이었다.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뒤 1973년 서울 마장동에서 약 30㎡ 크기 임차공장을 얻어 플라스틱 파이프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자회사들을 합쳐 연매출 500억원대 기업을 일궜지만 생활은 검소하다. 점심식사 메뉴는 허름한 인근 식당의 가정식백반이다. 수십 년 된 양복을 꿰매 입고 구두밑창을 갈아신는다. 그런 이 회장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무도인들을 위해 사재를 출연해 한국예도문화장학체육재단을 출범시켰다. 연차적으로 총 100억원을 내놓을 예정이다.

무예 관련 《우리검도》와 《수양(修養)》이라는 저서도 출간했다. 작년 2월 도쿄 2·8 독립선언 100주년 기념행사에선 우리나라 전통 검도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일본검도는 옛날 한국에서 건너간 검법에서 나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고 말했다. 이런 이 회장에게 용인대는 체육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금년 9월 초 겸임교수로 임명했다. 이 회장은 “학생들을 상대로 무예의 이치, 부자가 되는 법, 무도인의 삶 등을 강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