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공공일자리 예산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초 국회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공공일자리 예산이 아직 많이 남은 상황에서 공공일자리 예산을 4차 추경안에 또다시 편성해서다. 정부는 또 4차 추경 예산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비용 부담 없이 전액 국비로만 공공일자리를 지원하기로 해 지자체의 불필요한 일자리 따내기 경쟁 등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한 4차 추경 예산안에서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희망근로 사업에 804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배정했다.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해 2만4000개의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정부가 3차 추경 예산안에서 1조2060억원을 배정해 놓은 30만 명 규모의 공공일자리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현재 고용 인원은 모집 목표 인원의 70%인 21만78명에 머물렀다. 약 9만 명의 일자리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지급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예산 집행률은 더 떨어진다. 10일까지 2564억원이 집행됐다. 배정된 총 예산의 21% 수준이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현재 집행률이 21%로 떨어지지만 근무가 8월부터 시작됐고 월급을 후불로 주기 때문”이라며 “연말까지는 집행이 모두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 전망은 지나친 낙관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4차 추경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이) 4개월 근로하는 것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했지만 30% 이상은 2~3개월만 일하게 돼 3차 추경의 공공일자리 예산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차 추경에 2만4000명 추가 예산을 배정할 게 아니라 기존 3차 추경 예산을 조정해 일자리를 공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산정책처는 8월 중순 이후 상당수 사업이 부실하게 이뤄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일자리 참가자를 선정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된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공공일자리 참가자를 ‘유급 휴직’ 상태로 분류하고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급여의 70%를 지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3차 추경에선 지자체가 전체 공공일자리 사업 비용의 10~20%를 분담하는 형태였지만 4차 추경은 전액 국비로만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불필요한 일자리 따내기 경쟁을 벌이도록 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지자체들이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하는 기존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4차 추경 사업을 우선 따내려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자체 간 배분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