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15일(07: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견 건설 업체 한양의 재무구조가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탄탄한 수주 경쟁력을 바탕으로 순현금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양의 부채비율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2016년 말만해도 141.4%에 달했지만 점차 낮아져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61.3%까지 내려왔다.
1973년 설립된 한양은 2004년 2월 보성건설과 새창조건설 컨소시엄에 인수된 이후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2007년 보성건설의 건설 부문을 합병해 토목, 플랜트, 건축으로 구성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보성이 지분 86.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한양은 토목과 건축 부문에서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수주 경쟁력을 높여왔다. 한양의 수주 잔고는 건설 매출의 3배를 웃도는 3조3000억원이다. 한양은 관급 토목공사가 줄면서 주택을 포함한 건축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계열사의 에너지 신규 사업 관련 플랜트 매출 비중이 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됐다. 토목 19.5%, 건축 48.5%, 플랜트 29.4% 등이다.
수익성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2018년엔 주택 사업 매출 감소로 이익이 줄었지만 지난해부터 채산성이 좋은 계열사 태양광발전 공사 매출 인식으로 수익성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2018년 8.2%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5.6%로 껑충 뛰었다.
미분양 현장 관련 영업자산 회수 등으로 현금흐름도 나아졌다. 한양은 2016년 이후 마이너스(-) 순차입금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양의 순차입금은 2016년 말 -851억원에서 지난해 말 -1309억원을 나타낸 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152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운전자본 변동성이 높아진 데다 사업 다각화에 따른 투자부담이 있지만 현금흐름 창출능력과 계열 공사의 시공 이익을 통한 투자비 확보를 감안할 때 순현금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예상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계열사나 시행사에 차입금 지급보증, 자금대여 등을 계속해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재무안정성 지표보다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이익창출능력과 보유 유동성을 감안하면 현재 지원 규모가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한양은 올 상반기 말 기준 계열사에 총 670억원을 대여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규모는 500억원, 차입금 연대보증 규모는 200억원이다.
민간·계열사에 대한 높은 사업집중도도 약점이다. 한양의 공사 잔고에서 건축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 민간 주택 사업은 공공·토목 공종에 비해 부동산 경기 시황에 따른 사업 가변성이 크다. 주택 부문에 사업이 집중되면 안정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란 의미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계열사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 한양의 지원 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관찰할 예정"이라며 "올 상반기 말 기준 미착공 공사 잔고가 2조원에 달해 착공 시점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정비 사업으로 구성돼 순차적으로 분양될 예정이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영향으로 착공 시점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양은 11년 만에 증시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한양은 채산성 악화 등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001년 상장 폐지됐다. 한양은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양은 2010년과 2017년 두 차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시장 상황 악화로 상장을 보류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