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는 이달 초 전기자동차 배터리 팩을 생산하는 해외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을 유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의 두 번째 온라인 투자유치 성과다. 독일에 본사를 둔 베바스토는 당진 송산 2-2외국인투자지역에 2만2000㎡ 규모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 생산 공장을 신축한다.
이번 투자는 현대·기아자동차로부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 77만 대를 수주한 데 따른 것으로 투자 규모는 5년간 1억800만달러(약 13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급증하는 전기자동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35만 대 분량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2022년 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베바스토는 지난해 매출이 5조원으로 세계에 30개 공장과 2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용 루프, 배터리 팩, 충전기, 히터 등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베바스토의 투자로 10년간 충남에서 매출 1조6500억원, 수출 2914억원, 생산유발 1조1324억원 등의 경제적 효과를 올릴 것”이라며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는 앞서 지난 4월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투자가 급감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해외기업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노르웨이 기업인 엘켐은 5년간 서천 원수농공단지에 2900만달러를 투자해 4000㎡ 규모의 특수실리콘 생산 공장을 신축한다. 도는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13차례에 걸친 릴레이 투자유치 협약을 통해 39건(국내 27개, 외국기업 12개)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올해 국내 기업 유치목표 740개 중 63.1%인 467개 기업(8월 기준)을 유치했고 5111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해외 투자유치는 상반기에만 올해 목표인 12개 기업을 100% 달성했다. 해외·국내기업 온라인 투자협약 봇물
도는 국내 기업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보령·아산·서산시와 에스비정공(대표 박용훈)·한림(대표 김용태)·대한엔지니어링(대표 이래용)·듀링(대표 고진성) 등 4개 중견기업이 투자협약서를 교환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이들 기업은 각 시·군의 산업단지 14만1703㎡에 699억원을 들여 공장을 이전 및 신설해 61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보령에는 자동차 엔진부품 제조기업인 에스비정공과 금속조립 구조재 기업인 한림이 새롭게 터를 잡는다. 에스비정공은 내달부터 2023년까지 주포농공단지에 100억원, 한림은 내년 3월부터 2022년까지 주산농공단지에 269억원을 투자한다. 아산에는 자동포장기계 제조기업인 대한엔지니어링이 아산스마트밸리일반산단에 2023년까지 150억원을 투자하고 서산에는 자동차 전장부품 제조기업인 듀링이 서산오토밸리일반산단에 2021년까지 18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이전한다.
도는 민선 7기인 2018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간 국내기업유치 1497개, 고용인원 2만8000명, 투자유치금 6조9630억원의 성과를 올렸다고 16일 발표했다. 이 중 49개 기업은 수도권에서 이전했다. 해외에서는 21개 기업 10억8000만달러를 유치하는 등 외국인 직접 투자실적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을 제외하고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충남이 괄목한 성장을 이룬 배경은 민선 7기 들어 ‘기업하기 좋은 충남 만들기’ 시책을 추진한 결과다.
수도권 기업이 충남에 이전하면 기존에는 기업에만 지역투자촉진보조금을 지원했지만 현재는 근로자까지 혜택을 확대했다. 직원 혼자 이전하면 1인당 150만원, 가족이 모두 이전하면 1000만원을 준다. 유능한 직원의 이탈을 방지하고 도내 인구증가에 기여하기 위한 전략이다.
수도권 기업이 본사를 충남으로 이전하면 설비투자금의 최대 10%를 추가 지원하고 신규 고용 시 설비투자금액의 7%를 추가 지원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충남은 전국 단지형 외국인투자지역 27개 중 27%(6개), 개별 입지는 84개 중 22.6%(19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해 투자환경이 우수한 것도 강점이다. 사통팔달 교통망 등 전국 최고 입지여건도는 지난 3월 도청 소재지인 내포신도시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상업용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2022년 3월 센터가 준공되면 충남이 정보기술 빅데이터 서비스 산업의 클러스터 중심지로 탈바꿈한다. 도는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전문기업인 피엔피를 유치해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신호탄을 장착했다. 또 천안(3개), 공주(1개), 예산(1개)에 5개 지구(287만5000㎡)의 산단을 적기에 공급하고 9개 시·군에 22개 상생산단을 조성해 정주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7월에는 ‘수소에너지전환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시험·실증·개발이 가능한 산업기반을 다졌다. 천안·보령·논산·당진·공주·홍성·태안 등 7개 시·군에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50개 건설, 수소드론 3750대 보급 사업도 추진한다.
많은 기업이 자리잡으면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5399만원(2018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무역수지는 2019년 453억달러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홍성=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