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고양이가 객석을 오가고, 한국어 가사로 된 응원의 노랫말이 울려 퍼진다. 뮤지컬 ‘캣츠’의 40주년 내한 공연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따뜻한 위로로 호평받고 있다. 오랜 전통을 지닌 작품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란 현 상황에 걸맞게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이 작품은 상상력이 빚어낸 독창적인 무대 예술,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메모리(Memory)’ 등 아름다운 음악, 역동적인 안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30개국 300개 도시에서 800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이 관람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변화는 ‘메이크업 마스크’를 쓴 고양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무대는 원래 고양이가 객석 뒤편에서 하나둘 등장해 무대로 빠르게 질주하며 시작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배우들이 마스크 위에 분장을 칠한 ‘메이크업 마스크’를 쓰고 객석을 통과한다. 고양이의 안내에 따라 객석 뒤편에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가 등장할 때도 분장 마스크를 쓴다. 제작사 에스앤코 관계자는 “마스크 분장에도 각 캐릭터의 개성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마스크가 하나의 분장이자 의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한국어 가사도 울려 퍼진다. 2막 오프닝에서 ‘메모리’의 한 소절을 제마이마 역의 배우 홀리 윌록이 한국어로 부른다. “새로운 날이 올 거야.” 내한 공연에서 짧은 농담을 한국어로 건네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유명 넘버의 가사를 한국어로 바꾸는 것은 드물다. 관객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 위한 시도다.
무대 동선과 구성도 일부 바뀌었다. 주인공 그리자벨라(조아나 암필)가 객석을 통해 다른 골목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무대 위에서 모두 소화된다. 이를 위해 무대에 쓰레기 세트를 마련했다. 이 세트엔 자동차 보닛, 하수구 구멍, 세탁기 등이 잔뜩 쌓여 있다. 이 가운데 숨겨진 틈 사이로 그리자벨라는 실제 고양이처럼 깜짝 등장하고 사라진다. 극장 고양이 거스(칼리스 자이드)가 화려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도 객석이 아니라 무대 위로 배경을 옮겼다. 협력 연출을 맡은 크리시 카트라이트는 “‘캣츠’는 즉흥성을 품고 있는 작품”이라며 “공연마다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덕분에 40년 동안 공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