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에 인권 압박…시진핑 "내정간섭 안돼"

입력 2020-09-15 15:17
수정 2020-12-14 00:02

유럽연합(EU)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공정한 무역을 거듭 압박하고, 홍콩과 신장 등에서의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은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미국은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와 의류 등 일부 품목이 강제 노동의 산물이라며 수입을 금지했다. "유럽은 중국의 놀이터가 아니다"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올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화상 회담을 했다.

양측은 이날 회의에서 중국·유럽 지리 표시 협정을 체결하는 한편 투자 협약 협상에 속도를 내 연내에 마무리 짓도록 노력하기로 결의했다. EU와 중국은 2014년부터 투자협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EU는 이를 통해 중국 시장을 열고 여러 제한을 없애 유럽 기업들을 위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

미셸 상임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중국이 뛰는) 경기장이 아니라 중국과 경기하는 선수"라며 "우리는 양측이 상호주의에 입각해 더 공정하고 균형잡힌 관계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유럽 내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해석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유럽의 기업과 투자자들은 여전히 통신과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의 부문에서 중국의 장벽이 높다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투자협정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압박을 가했다"면서 "전반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은 상호주의, 공정 경쟁이라는 특정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U는 이날 홍콩 국가보안법, 신장 위그르족 탄압 등 중국의 인권 문제도 제기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우리는 중국에 홍콩 주민과 국제사회에 대한 그들의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며 "인권 운동가와 언론인들에 대한 처우에 대한 우려도 함께 밝혔다"라고 말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중국에 신장에 독립적인 참관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청했으며, 양측은 올해 말 베이징에서 인권 대화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때 티베트 방문도 포함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주도해 온 화웨이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국 책임론 등에 유럽 국가들은 다소 미진한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EU가 정상회담에서 공정 무역과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양 진영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정 간섭 말라"시 주석은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간섭'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홍콩 및 신장 문제의 본질은 중국의 국가 주권과 안전, 통일을 수호하고 각 민족이 편안히 살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그 어떤 세력이나 국가가 중국에 불안정과 분열을 책동하거나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인권과 관련해 각국이 우선 자기 할 일을 잘해야 한다"면서 "EU가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반대하며 중국은 EU가 상호 존중에 따라 교류를 강화하고 발전시키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EU에 평화 공존, 개방 협력, 다자주의, 대화 협상 등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이날 '강제 노동'을 이유로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일부 제품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CBP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을 비롯한 소수 민족들에게 조직적인 학대를 자행하고 있으며 강제노동은 끔찍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수입금지 품목은 신장 지역 5개 특정 제조업체에서 생산되는 면직물, 의류, 헤어제품, 전자제품 등이 포함됐다. 신장은 중국산 면의 85%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미국은 작년 신장을 포함한 중국산 면직물 500억달러(약 59조원) 어치를 수입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에도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 기업 11개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