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업계 최대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외부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들여와 개발하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17년 합병 이후 R&D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합병 전 2016년 R&D 투자 금액은 912억원에서 지난해엔 1700억원까지 늘었다. 제약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사업본부 매출의 27%를 R&D에 투자한 것이다. 올해엔 예상 매출(6600억원)의 30% 수준인 2000억원까지 투자 금액을 늘릴 예정이다. R&D 인원도 대폭 늘었다. 연구원 규모는 2016년 330여 명에서 지난해 450여 명까지 36% 늘었다.
신약 개발의 토대가 되는 신약 후보물질도 많아졌다. 2016년 10여 개였던 신약 후보물질은 현재 40개 수준이다. 전임상과 임상 단계의 후보물질도 합병 전 2개에서 현재 12개가 됐다. 올해 말까지 임상 단계에 진입한 신약과제를 현재 6개에서 8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약 후보물질 확대는 자체 개발도 있지만 2018년 11월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을 본격화하면서 늘어난 영향도 있다. 외부에서 도입한 것은 9개다.
임상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벤처 큐바이오의 두경부암 대상 면역항암제는 임상 1상에 본격 돌입했다. 암이 생긴 부위에 특이적으로 면역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유럽 회사인 피디씨라인과 공동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치료 면역항암제 역시 임상 1상에 들어갔다. 영국의 아박타와 스웨덴의 스프린트바이오사이언스, 중국 트랜스테라바이오사이언스 등에서도 후보물질을 사왔다.
국내 업체들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마이크로바이옴(지놈앤컴퍼니)·보툴리눔톡신(파마리서치바이오)·줄기세포 치료제(메디포스트) 분야로 협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 크립토스와는 분자 진단 플랫폼 기술을 도입해 초소형 분자진단 기기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엔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를 세워 미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개발, 중개의학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해 혁신기술 도입 및 글로벌 신약 개발의 교두보 역할을 맡고 있다. 보스턴 지역에는 머크, 노바티스, 화이자 등 약 2000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이 있다. 바이오 분야 종사자 수는 9만 명에 육박한다.
LG화학은 보스턴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에서 미국 바이오벤처의 신약 후보물질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통풍,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임상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1상 시험도 연내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동물 효력시험 단계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