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미향, 치매 앓는 할머니 돈까지 기부받았다"

입력 2020-09-14 17:39
수정 2020-09-15 00:31
검찰이 14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사진)을 기소하며 적용한 혐의는 보조금관리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횡령, 배임 등 8개에 이른다. 심지어 치매를 앓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돈을 기부하게 한 혐의(준사기)까지 적용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놓고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윤 의원은 마포쉼터 소장과 공모해 2017년 11월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2)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기억재단(현 정의연)에 기부하게 했다.

여성인권상은 정의연이 만든 상이다. 위안부 피해자를 돕겠다며 국민에게 성금을 받아 이 중 일부를 정의연이 다시 가져간 셈이다. 검찰은 윤 의원이 총 9회에 걸쳐 길 할머니가 정의연 등에 총 7920만원을 기부·증여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길 할머니가)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길 할머니의 양자인 황선희 목사의 부인 조모씨는 마포쉼터 소장이 길 할머니 계좌에 들어온 정부 지원금과 후원금 등을 수천만원씩 뭉칫돈으로 빼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씨는 길 할머니가 정부로부터 매달 35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2017년 국민 모금으로 모인 1억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의연 이사 A씨(45)도 공범으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과 A씨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허위 신청해 등록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총 3억여원의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의원과 A씨는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단체·개인 계좌로 각각 41억원, 1억7000만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윤 의원이 정의연의 법인·개인 계좌 등을 통해 약 1억원 상당의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2011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정대협의 법인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돈을 이체해 2098만원을 사용했다. 2012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는 개인 계좌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외여행 경비 등 약 3억3000만원을 모금한 뒤 5755만원을 개인 용도로 썼다. 또 마포쉼터 운영 관련 비용을 보관하던 직원 B씨 명의 계좌에서 총 2182만원을 임의로 개인 계좌로 이체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안성쉼터를 시세보다 고가인 7억5000만원에 매수한 것도 위법으로 판단했다. 안성쉼터를 시민단체 등에 대여하고 숙박비를 챙긴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맥줏집 3300만원 지출 공시, 윤미향 부부 자녀의 유학비 지출, 안성쉼터 불법 증축 등 의혹은 불기소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공익법인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감독관청 보고나 공시에 부실한 점이 상당했음에도 이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정의연에 대한 벌칙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기부금품법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뿐 아니라 법인 등록 말소 등의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

김남영/하수정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