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을 뒤흔든 업종은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였다. 코로나19로 펼쳐진 급변동 장세에서 성장성을 인정받으며 주도주 자리를 꿰찼다. 2010년대 초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를 연상케 하는 열풍이었다.
BBIG가 ‘신(新)주도주’로 등극한 것은 밀레니얼(2030세대)의 부상과 맥이 닿아 있다. 지난 3월부터 주식시장에 대거 진입한 밀레니얼은 BBIG와 엔터테인먼트 등 비대면 성장주 중심의 반등장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익숙한 밀레니얼들은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밸류에이션의 개념도 바꿔놨다. BBIG·엔터에 꽂힌 밀레니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BBIG테마를 대표하는 7개 종목(BBIG7)은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최저점을 찍은 3월 19일 이후 한국 증시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이들은 시가총액 톱10 종목의 지도를 바꿔놨다. 톱10 안에 있었던 현대모비스 포스코 삼성물산 등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카카오와 삼성SDI, LG생활건강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BBIG의 질주는 밀레니얼의 증시 유입과 맞물려 있다. 주식정보 앱인 증권플러스가 올 3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20대와 30대 고객 17만6556명의 관심종목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증권플러스를 이용하는 20대의 관심종목 1위는 카카오였다. 기존 대표주였던 삼성전자(2위)와 현대차(3위), SK하이닉스(4위) 등을 제쳤다. 5~9위에는 씨젠과 네이버, LG화학, 삼성SDI, 셀트리온 등 BBIG 업종의 종목이 줄줄이 포진했다. 20위권 내 BBIG 종목만 12개에 달했다. 30대 역시 카카오와 씨젠이 각각 관심종목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20위권에 13개 BBIG 종목이 이름을 올렸다.
밀레니얼이 인터넷과 게임, 엔터 등의 업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연령별 주주 수 분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걸그룹 ‘트와이스’가 속한 JYP엔터테인먼트의 작년 말 기준 밀레니얼 주주(10대 이하 포함) 비중은 45%에 달했다. 게임업체인 넥슨지티(34.5%) 넷마블(34.4%), 엔씨소프트(27.7%)와 바이오기업인 에이치엘비(30.6%)도 밀레니얼 주주의 비중이 전체 상장사 평균(25.3%)을 웃돌았다. “주가엔 밀레니얼의 ‘꿈’이 있다”BBIG와 엔터 종목의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카카오의 PER과 PBR은 각각 82배와 6배 수준이다. 셀트리온도 PER이 74배에 PBR은 12배에 이른다. 유가증권시장 평균 PER과 PBR이 각각 13배, 0.9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주가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밀레니얼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가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나온 숫자로는 향후 주가흐름을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BBIG가 질주를 시작한 올해 증시에서 주가꿈비율(PDR: Price to Dream Ratio)이란 용어가 등장한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밀레니얼의 증시 유입에 따라 BBIG와 엔터 등 성장주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30세대는 가치주보다는 성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성장주 위주 장세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만큼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형주/박의명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