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권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때면 예외 없이 뉴스를 장식하는 단어가 있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volatility index·변동성 지수)다. 사전에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500 지수 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로 정의돼 있다.
개념이 굉장히 어렵고 장황하지만 간단하게 얘기하면 주가지수 옵션가격이 적정가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 다시 말해 가격 거품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면 된다. 옵션은 보험에 비유되는 위험 헤지 상품이다. 시장 위험이 커지면 구입해야 하는 옵션가격도 올라간다.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것은 향후 시장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 또는 공포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를 수치화한 것이 VIX다.
재밌는 것은 시장은 위와 아래 양방향으로 모두 출렁이는데 왜 유독 주가 하락기에 VIX가 급등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주가의 비대칭적 움직임 때문이다. 주가는 대체로 상승기에는 오랜 시간 천천히 오르는(변동성 축소) 반면, 하락기에는 짧은 시간에 급락(변동성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락’에 베팅하는 풋(put) 옵션 가격이 ‘상승’에 베팅하는 콜(call) 옵션 가격에 비해 거의 언제나 고평가돼 있는 것도 그래서다. 주로 급락장에서 변동성이 폭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초 20 아래 머물던 VIX는 코로나19 공포가 막 확산되던 지난 3월 16일 82.69까지 치솟았다. 25~30 사이를 오가는 요즘에 비하면 당시 공포가 얼마나 컸는지 가늠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VIX가 치솟은 적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4년마다 대선 직전 달인 10월의 VIX는 9월에 비해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다. 1992년 13.1%, 1996년 6.8%, 2000년 14.9%, 2004년 21.9%, 2012년 18.3%, 2016년 28.4% 올랐다.
이는 대선 이후 증시 하락을 예상했다기보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자연스런 반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미 대선 결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월가 주변에서는 지난달 기록적 랠리를 보인 미 증시가 최근 혼조세인 것은 급등 여파도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서서히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10월이 되면 VIX가 급등할지, 대선 후에는 어떻게 움직일지 등이 대선 결과 못지않게 궁금해진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