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가 재난 상황에서 정비사업 조합이 전자의결을 하면 일반 총회와 똑같은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진 조합원 직접 출석 의무 조항 때문에 조합 측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 총회를 강행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4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지난 10일부터 입법예고 절차를 밟고 있다.
입법예고 기한은 오는 20일까지다. ‘재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해 시장·군수 등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를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제46조)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현행 도정법에선 총회 의결을 위해 조합원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총회 의결 시 조합원 10% 이상, 창립총회·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총회에는 조합원 20%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시공자 선정 총회에는 조합원 과반수가 참석해야 의결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올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야외 총회(사진)를 강행해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합으로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총회를 마냥 미룰 순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사업 지연 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 개정 절차 등을 고려할 때 개정안은 내년 1~2월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관의 선정 주체를 기존 지자체장에서 시·도지사로 격상하고 부실보고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에 대한 예외 규정도 마련했다. 총 세 가지로 △상속 또는 이혼으로 인한 양도·양수일 때 양도인과 양수인이 해당 주택에 거주한 기간의 합이 2년 이상인 경우 △해당 주택에서 살다가 세대원의 근무 또는 생업 등의 사정이나 질병 치료 또는 취학을 위해 세대원이 모두 과밀억제권역이 아닌 지역에서 거주한 기간의 합이 2년 이상인 경우 △그 밖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거주할 수 없다고 대통령령으로 인정하는 경우 등이다. 여당은 장기 임대사업자에 대한 2년 실거주 예외 규정을 추가로 마련할 방침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