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돌아온 김홍도 '공원춘효도' 새 주인 찾는다

입력 2020-09-14 17:03
수정 2020-09-15 09:22
‘봄날 새벽의 과거 시험장. 개미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 다툰다. 붓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이, 책을 펴서 살펴보는 이, 종이에 글씨를 쓰는 이,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누는 이, 봇짐에 기대어 조는 이도 있다. 등촉은 휘황하고 사람들은 왁자지껄하다.’

과거 시험날 새벽의 시험장 풍경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에 스승인 표암 강세황이 써준 제발(題跋)이다. 표암은 “모사(模寫)의 오묘함이 하늘의 조화를 빼앗는 듯하다”고 제자의 작품을 극찬했다.

단원이 남긴 수많은 그림 가운데 과거 시험장을 다룬 유일한 작품으로 알려진 공원춘효도가 미국에서 돌아와 새 주인을 찾는다. 이달 22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제157회 경매에서다. 공원춘효도와 이우환의 작품 8점 등 총 131점, 93억원어치(추정가 기준)가 출품된다.

공원춘효도는 단원의 젊은 시절 특징인 날카롭고 일관된 굵기의 필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6·25전쟁 당시 부산에 있던 미군이 구입한 것을 다른 소장가가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돌아오게 됐다. 고고학자이자 미술사학자였던 삼불 김원룡 선생(1922~1993)이 1952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로 재직할 무렵 작성한 확인서도 함께 전해진다. 추정가는 4억~8억원.

김환기가 1956년 파리에서 제작해 베네지트 화랑에서 개최한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던 ‘내가 살던 곳’도 출품된다. 항아리와 산, 새를 통해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중섭이 작고하기 2~3년 전에 그린 ‘아버지와 장난치는 두 아들’(1953~54), 도상봉의 1966년작 ‘해운대 풍경’ 등도 눈길을 끈다. 어린 소녀들이 야외에 앉아 사생하는 모습을 특유의 화강암질 기법으로 그린 박수근의 1960년대 작품 ‘그림 그리는 소녀들’은 추정가 2억8000만~4억원에 나왔다.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겸재 정선의 ‘초충도’, 추사 김정희가 굵은 붓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힘 있는 필치로 써내려 간 ‘시고(詩稿)’, 다산 정약용이 제자 윤종심에게 써준 ‘격언’, 길이 9m를 넘는 감지에 금가루로 필사한 ‘묘법연화경 제바달다품 제12’ 등 고미술 출품작도 주목된다. 14일 시작된 프리뷰 전시는 이달 22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