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그동안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자녀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다가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딸 정유라를 소환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권력의 눈치나 보며 아예 그 짓을 싸고 도는 주제에 무슨 염치로 정의와 공정과 평등을 떠드나"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1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그때 그때 안심하고 때려도 되는 만만한 소수를 골라 공격의 타겟으로 지목하고, 분노한 대중과 함께 이미 지탄받는 그 소수에 신나게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퍼부어대는 포퓰리즘 전술"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이재명 지사) 실제로는 겁쟁이다"라며 "살아있는 권력이 저지르는 부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저 이리저리 기회만 엿보다가 만만한 놈 걸리면 마치 대한민국 정의는 저 혼자 다 세우는 듯 온갖 생쇼를 하며 카메라 앞에서 활극을 벌인다"면서 "그런 저급한 선동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대표는 완곡하게나마 한 마디 하던데 (이재명 지사는) 정의의 사도처럼 온갖 X폼은 다 잡으면서 공정이라는 공적 가치를 빙자해 사적으로 제 지지율이나 챙기는 기회주의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은행권 채용 비리 보도를 공유하며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 지난 2016년 온 국민을 거리로 나오게 한 정유라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지사는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분, 별반 새롭지 않다며 체념하며 보신 분, 특권층처럼 자식에게 해줄 수 없어 못내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님들도 계시겠다"며 "이런 일이 유독 최근에만 많아진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사회가 87년 민주화와 두 번의 민주정부를 거치며 상당 부분 공정한 사회가 된 것도 맞지만 그때와 달리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고용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시대에는 한 번의 불공정이 미치는 기회의 불균형이 너무도 큰 격차와 정서적 박탈감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사가 말하고 있듯 비리가 발견되었다면 그에 따른 분명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게 기본"이라며 "논란이 되니 잠깐 고개 숙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식으로는 한국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추미애 장관과 조국 전 장관 자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 보지 못해서 모른다"거나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면서 감싸는 발언을 해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글 전문
<"돈도 실력"인 사회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늘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활약을 보며 감탄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시리즈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각종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진 이후를 추적한 기사입니다.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 지난 2016년 온 국민을 거리로 나오게 한 정유라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1세기 한국사회의 절망감을 이 한마디 말 만큼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고상한 말로 하면 '세습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마음 편히 기사를 읽은 분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분통을 터뜨리는 분, 별반 새롭지 않다며 체념하며 보신 분, 혹은 기사에 나온 특권층 처럼 자식에게 해줄 수 없어 못내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님들도 계시겠지요. 저도 기사 시리즈를 하나하나 읽어가는 동안 복잡한 감정이 스쳤습니다.
이런 일이 유독 최근에만 많아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87년 민주화와 두번의 민주정부를 거치며 상당부분 공정한 사회가 된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그 때와는 달리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고용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시대에는 한번의 불공정이 미치는 기회의 불균형이 너무도 큰 격차와 정서적 박탈감을 만들어 냅니다. 인천공항 정규직 논란에서 청년들이 보였던 분노의 기저에는 신분제에 가까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국민들의 요구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기본부터 잘하라는 겁니다. 최소한의 공정성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라는 겁니다. 큰 부귀영화를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라는 겁니다.
기사가 말 하고 있듯 비리가 발견되었다면 그에 따른 분명한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기본입니다. 논란이 되니 잠깐 고개 숙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식으로는 한국사회에 희망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