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임대차 3법'에…'고의경매' 꼼수 나온다

입력 2020-09-14 11:35
수정 2020-09-14 11:37

세입자가 전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한 상황이면 새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이더라도 입주할 수 없다는 정부의 유권해석과 관련해 다양한 편법이 거론되고 있다. 경매업계에선 임대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고의경매를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의경매는 빚을 진 것처럼 꾸며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는 방식이다. 주택보다 임대차 보장 기간이 긴 상가 등에서 일부 고의경매가 이뤄졌다. 경매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임차인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데다 계약 해지까지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과 매수 예정인이 채무·채권 관계를 짜고 후순위 근저당을 만들어 경매를 개시할 경우 이미 확정일자를 받아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는 등기부상 최선순위가 돼 대항력을 갖는다. 여기서 대항력이란 경매의 결과와 관계없이 자신의 임차권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다.

이땐 세입자가 해당 경매 사건에 대해 배당을 요구하느냐 안 하느냐로 결과가 달라진다. 배당을 신청한다면 자신의 보증금만큼의 돈을 돌려받고 나간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어서 임차권이 소멸한다. 하지만 배당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낙찰자에게 임대차계약이 승계된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는 “고의경매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날릴 수 있다는 공포심을 일으켜 자진해서 퇴거하거나 배당을 신청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라며 “자신에게 대항력이 있다면 임대차계약이 문제 없이 존속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갓 입주한 새 아파트에선 세입자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세입자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입주하는 대신 집주인의 잔금대출을 선순위로 두는 조건인 계약도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선순위가 은행-세입자 순인 상황에서 다시 후순위 근저당이 설정되고 경매가 개시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했더라도 세입자는 최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에 대항력을 갖지 못한다”며 “대출을 조금이라도 낀 집에 들어갈 땐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우는 임차인에게 대항력이 없기 때문에 낙찰과 동시에 임대차계약이 자동 소멸한다. 보증금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최선순위인 은행부터 낙찰금액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차인들의 대항력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선순위채무 인수부 조건의 매매계약 또한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고의경매는 전국구로 매수인을 구하려 할 때도 활용된다. 법원경매에 등록되면 지역 중개업소 한두 곳에 등록하는 것보다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거래가 많지 않은 외곽 지역 토지 등의 경우 이 같은 이유로 고의경매가 활용되기도 한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매도인 입장에서 고의경매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 대출을 일부 끼고 있는 경우 신용도 하락으로 향후 대출 등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허위채권을 만들어 낙찰이 이뤄지고 세입자를 명도하는 데까진 통상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를 막는 게 목적이라 하더라도 경매 진행보다 계약갱신청구가 먼저 이뤄질 수 있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