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일등석 다 사고 시스티나 성당 독점 관람"…슈퍼 리치의 코로나 여행법

입력 2020-09-14 10:52
수정 2020-09-14 11:00
“한국계 미국인 가족 4명은 서울행 비행기를 타면서 대한항공 일등석 좌석 12개를 모조리 구입했다. 좌석 한 개당 2만달러(2370만원)짜리인 셈이다. 항공기 일등석 전체 공간을 가족실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뉴욕의 6인 가족은 올 여름 시스티나 성당의 문을 열고 미켈란젤로의 예술 작품을 독점적으로 감상했다. 단독 관람 비용으로 7만5000달러가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산하고 있는 ‘슈퍼 리치’(초고액 자산가)들의 새로운 여행법이다. 대중 접촉을 최소화해 전염병 감염 우려를 낮추면서도 최고급 시설을 과거보다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게 CNN의 최근 보도다.

방송에 따르면 한 슈퍼 리치 가족은 미얀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가족 중 한 명의 비자를 발급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각 여행사에 연락해 몇 시간 만에 비자 승인이 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할 특혜다.

또 다른 거액 자산가 가족은 인도네시아 섬을 6주 동안 여행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워즈’‘인터스텔라’ 등을 촬영했던 헐리우드 영화 제작자를 고용해 가족 추억 영상을 만들도록 했다. 이 여행 비용으로는 총 66만5000달러가 소요됐다.

동물원에서 아예 펭귄을 데려오는 일도 있었다. 한 슈퍼 리치 남성은 평소 펭귄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실제 펭귄 3마리를 대여했다. 펭귄이 주말 내내 이들 연인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요리사가 직접 조리한 여덟가지 코스 요리를 뉴욕의 오래된 난파선에서 즐긴 가족도 있었다. 이 비밀스러운 저녁 식사 가격은 30만달러였다. 코스 요리를 주문한 고객의 아내가 이 요리사 팬이었다고 한다.

헬리콥터로만 접근할 수 있는 뉴질랜드 남부의 산속에 10만달러짜리 호화 캠프를 차려놓고 즐긴 이들도 소개됐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게 특징이다.

슈퍼 리치들은 외부인을 거의 들인 적 없는 페루의 계곡 안에 임시로 마련된 숙소에서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여행을 주관하는 여행사 관계자는 CNN 인터뷰에서 “다른 숙소가 전혀 없는 외딴 곳에서 묵는 첫 번째 여행객이란 사실에 매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는 부유층만 상대하는 여행사를 대상으로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한다. 세계적인 성악가와 요리사를 남극으로 불러 접대하도록 하는 식이다.

두바이의 한 슈퍼 리치는 아내에게 몰래 팔찌를 선물하려고 거대한 수족관 옆 테이블에서 단독 이벤트를 준비했다. 스쿠버 다이버가 수족관 안에서 고객 아내에게 미친듯이 손을 흔들며 아래를 쳐다보도록 손짓을 한다. 아래엔 보석 상자가 놓여 있었다.

유명한 핀테크 사업가인 또 다른 고객은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테니스 코트 양 옆을 정규 규격보다 40cm씩 늘리도록 했다. 테니스를 무척 좋아하는 그는 자신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자 정기적으로 이 곳을 방문하고 있다.

슈퍼 리치들의 이런 독특한 여행 취향을 맞춰주기 위한 전문 여행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찾아서 해결해 주고 있다. 전문적인 여행 팀과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엔 호화 요트 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고 한다. 요트 여행 문의가 예년 대비 50% 급증했다는 게 거액 자산가 대상 여행사들의 설명이다. 가족들만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원하는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