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전성시대다. 계정을 만들어 영상을 올리고 광고 수익을 내는 국내 개인 채널만 5만5000여 개에 달한다. 국내 방송업 종사자 수(2019년 기준 5만2000여 명)와 맞먹는 규모다. 급속도로 커지는 유튜브 시장에 법조계도 눈을 돌리고 있다. 저작권부터 최근 논란이 된 ‘뒷광고’ 문제까지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유튜버가 늘고 있다.
저작권, 계약, 광고…새로운 접근법
유튜브에 얽힌 법적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유튜버가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 △유튜버 소속사 개념인 멀티채널네트워크(MCN)와의 계약 문제 △광고주와의 광고계약 등이다.
가장 많은 유튜버가 상담을 요청하는 분야는 저작권이다. 영상을 만들면서 음악이나 효과음, 타 영상 등 다른 사람들의 저작물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어디까지 써야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여기에 관련된 법 조항은 저작권법 제28조다. 해당 조항은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엔터테인먼트법 분야 전문가인 이영욱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는 “어디까지가 정당한 범위이고 또 공정한 관행인지 법 해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악이나 사진 등을 과도하게 인용하는 경우 미리 당사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CN과 유튜버 사이의 계약 문제도 최근 떠오르는 쟁점 중 하나다. 홀로서기가 두려운 유튜버들은 소속사인 MCN과 전속계약을 맺곤 하는데 아직 업계의 표준계약서가 없다. 일부 MCN은 제대로 도와주거나 관리하지 않으면서 광고 수익만 떼가는 경우도 있어 유튜버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박상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유튜버가 처음부터 끝까지 콘텐츠도 다 만들고 광고도 메일로 문의가 와 자기가 다 처리했는데 MCN이 7 대 3 혹은 8 대 2로 수익만 가져간다며 계약 해지를 문의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며 “유튜버와 MCN 간 계약은 그간 문제가 됐던 연예인과 소속사 사이 계약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말 많은 뒷광고 논란유튜버와 광고주 사이의 광고계약과 관련해서도 빈번하게 자문을 구한다. 광고주가 광고 콘셉트 등을 다 잡아놓으면 촬영장에 와 얼굴을 비추고 가는 연예인과 달리 유튜버들은 광고를 직접 기획하고 그 광고 영상을 편집해 다시 본인 채널에 올려야 하는 등 많은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광고 비용이나 제작, 홍보기간 등이 문제가 되곤 한다.
최근 ‘뒷광고’는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 뒷광고는 유튜버가 직접 사서 사용한 것처럼 꾸미지만 실제로는 유료 광고계약을 맺고 제품 등을 홍보하는 것을 가리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개정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광고 관련 표시문구를 동영상 시작 부분과 끝부분에 삽입하고 반복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등 지침이 강화됐다.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유튜브 관련 책을 펴내는 변호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현직 변호사이자 만화가인 이영욱 변호사는 명예훼손·협찬·초상권 침해 등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만화로 이해하기 쉽게 풀었다. 관련 책을 펴낸 박상오 변호사도 “유튜브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도 관심대형 법무법인(로펌)들도 유튜브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유튜버들이 궁금해 할 만한 법률이슈를 모아 유튜브의 세종 채널에 조만간 게재할 예정이다. 10분 내외의 시리즈를 총 세 편 제작한다. 세종은 올해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전담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화우는 ‘플랫폼 TF’를 구성했다. 다국적 기업에 유튜브 마케팅과 관련된 법률 문제와 준수 사항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다음달 6일에는 뒷광고를 주제로 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평은 ‘디지털 경제그룹’을 새로 꾸렸다. 지난 8월엔 MCN업계 선두업체인 (주)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유튜브 환경에서의 표시 광고법 실무’ 교육을 하기도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