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비켜간 추미애 의혹 해명 "아들 수술 받고도 군 입대"

입력 2020-09-13 15:40
수정 2020-09-13 15:58

아들이 군 시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개인 SNS를 통해 “아들의 군 복무 문제로 걱정을 끼쳐 국민께 송구하다”며 처음으로 사과했다. 다만 “그 어떤 역경 앞에서도 원칙을 지켜왔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야권의 사퇴 요구에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 서 씨의 군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해 1697자의 입장문을 올렸다. 추 장관이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에 사실상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 장관은 “아들은 검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다”며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아들은 휴가와 관련해)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이 과정에서 일각의 의심대로 불법이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2016~2018년 카투사(미8군 한국군지원단)에서 군 복무를 한 서 씨는 2017년 6월 오른쪽 무릎 수술과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23일 간 휴가를 다녀왔다. 군대에 복귀하지 않고 1~2차 병가, 정기 휴가를 세차례 연달아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야당과 언론은 △병가 후 일단 부대에 복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 △군 요양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추 장관은 그동안 이같은 의혹에 침묵한 이유에 대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짓과 왜곡은 한 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면서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추 장관의 보좌진이나 부모가 부대에 청탁을 했다’는 핵심 의혹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추 장관은 “제 아들은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며 “그런데도 엄마가 정치적 구설에 오를까 걱정해 기피하지 않고 입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들이 군에 입대하던 날이나 전역하던 날 모두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며 “아들에게 혼자 헤쳐나가도록 키워왔지만 늘 이해만 바라는 미안한 어미”라고 썼다.

당초 정치권에선 추 장관이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 여당 의원들의 ‘감싸기’로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입장을 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추 장관은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추 장관은 “그 어떤 역경 앞에서도 원칙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목숨처럼 지켜갈 것”이라며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제 운명적인 책무”라고 했다. 딸의 입시 특혜 의혹으로 물러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달리 의혹을 정면 돌파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권 내에서도 국방부가 서씨의 휴가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이번 의혹으로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다음은 추미애 장관의 입장 전문.

1. 코로나19 위기로 온 국민께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리고 있습니다. 먼저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2. 저는 그동안 인내하며 말을 아껴왔습니다. 그 이유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아들은 검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입니다.

3. 제 아들은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엄마가 정치적 구설에 오를까 걱정해 기피하지 않고 입대했습니다. 군 생활 중 오른쪽 무릎도 또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왼쪽 무릎을 수술했던 병원에서 오른쪽 무릎을 수술 받기 위해 병가를 냈습니다. 병원에서 수술 후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아들은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부대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남은 군 복무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군대에서 일부러 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군은 아픈 병사를 잘 보살필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규정에도 최대한의 치료를 권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각의 의심대로 불법이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저는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4. 제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입니다. 그런 남편을 평생 반려자로 선택하며, 제가 불편한 남편의 다리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 받았습니다. 완치가 안된 상태에서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왜 걱정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대한민국 군을 믿고, 군에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대한민국의 다른 아들들처럼 치료 잘 받고, 부대 생활에 정상 복귀하여 건강하고 성실하게 군 복무를 잘 마쳤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군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아들이 군에 입대하던 날이나 전역하던 날 모두 저는 아들 곁에 있어 주지 못했습니다. 군대 보낸 부모들이 아들이 가장 보고 싶어진다는 8주간의 긴 훈련 시간을 마친 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들에게 혼자 헤쳐나가도록 키워왔지만 늘 이해만 바라는 미안한 어미입니다.

5. 이제 진실의 시간입니다.

거짓과 왜곡은 한 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습니다.

검은 색은 검은 색이고, 흰 색은 흰색입니다. 저는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 본 적이 없습니다. 상황 판단에 잘못이 있었으면 사죄의 삼보일배를 했습니다. 그 일로 인해 제 다리도 높은 구두를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저와 남편, 아들의 아픈 다리가 국민여러분께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히 고난을 이겨낸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더 성찰하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6. 저는 그 어떤 역경 앞에서도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이 원칙은 지금도, 앞으로도 목숨처럼 지켜갈 것입니다. 그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스스로를 되돌아 보겠습니다. 저의 태도를 더욱 겸허히 살피고 더 깊이 헤아리겠습니다.

7. 검찰개혁과제에 흔들림없이 책임을 다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합니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