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후 머리 없는 시신을 북한 고위 간부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성택의 잘린 머리는 시신의 가슴 부위 위에 올려져 있었다"는 말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식 밖의 엽기적인 행위'를 자랑삼아 얘기한 것으로 알려지자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1일 AFP통신은 다음주 출간 예정인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들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밥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사건을 특종 보도해 재선을 노리던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낸 기자로 유명하다.
AF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모든 걸 말해줬다"면서 장성택 처형 내용을 우드워드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고모부를 죽였고 그 시신을 바로 (북한 고위관리들이 볼 수 있도록 ) 계단에 뒀다"고 말했다. 또 "그의 잘린 머리는 가슴 위에 놓였다"고도 했다.
장성택은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겐 고모부다. 2013년 12월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됐다. 북한이 장성택 처형에 대공포를 사용했다는 여러 보도가 있었지만, 어떻게 처형됐는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고 AFP는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같은 사실을 밝힌 장소는 지난해 2월 열린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에서 자신의 공고한 위치와 결단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이 북한의 핵 동결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실행 의지를 천명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언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다소 '포장'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AF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자신의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그의 발언을 털어놨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딜'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 일화도 우드워드에게 얘기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시설 폐기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에게 5곳(site)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는 도움이 안 되고 둘도 도움이 안 되고 셋도 도움이 안 되고 넷도 도움이 안 된다. 다섯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은 북한의 핵 시설 가운데 가장 큰 곳이라고 반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또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더 이상의 양보를 제의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나는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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