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의 유산을 둘러싼 형제간 법적 분쟁 전초전에서 법원이 또다시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한경환 부장판사)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처분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김홍업 이사장이 법원에 동교동 사저의 처분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아냈는데, 그 결정이 옳았다고 재차 판단한 것이다.
이복형제인 두 사람은 동교동 사저에 대한 이희호 여사의 유언을 두고 다투는 중이다. 지난해 6월 별세한 이 여사는 동교동 사저에 대해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한다.
만약 지자체 및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보상금의 1/3은 김대중기념사업회 기부하며, 나머지 2/3는 김홍일·홍업·홍걸에게 균등하게 나눈다"고 유언했다.
문제는 이 여사의 유언장이 형식을 갖추지 못해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이다. 3남 김홍걸 의원은 그러므로 민법 규정에 따라 친아들인 자신이 홀로 사저를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홍업 이사장은 이 여사의 유언에 법적 효력이 없더라도, 유언 자체를 '사인증여(死因贈與)'의 의사표시라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인증여란 증여자가 사망한 후 재산을 증여한다는 내용의 민법상 계약이다. 유언에 '사저를 삼형제에게 균등하게 나눠주겠다'는 취지가 명확했던 만큼, 이 여사가 별세하면서 이 계약이 성립했다는 것이다.
일단 가처분 사건에서 재판부는 '사인증여 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쟁점에 대해서는 사저 소유권을 다투는 본안 재판에서 더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진 뒤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동교동 사저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한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어, 본격적 재판에 앞서 민사조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는 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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