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프랑스, 다시 코로나 '핫스폿' 되나

입력 2020-09-11 17:22
수정 2020-09-12 01:14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다시 미국을 추월했다. 이에 따라 유럽이 코로나19 감염 ‘핫스폿’(집중발병지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빠른 확산세를 보였던 유럽은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한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확산세가 가파른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핫스폿으로 다시 떠오른 유럽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국과 영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의 전날 하루 확진자 수는 총 2만7233명으로 미국의 2만6015명을 넘어섰다. 이는 프랑스와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에서 몇 주 사이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 수 비교는 세계보건기구(WHO) 및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월도미터가 집계한 누적 확진자를 기준으로 국가별로는 미국(659만 명)이 여전히 인도(456만 명)와 브라질(424만 명)보다 많다. 프랑스에선 신규 환자가 9843명 발생해 봉쇄조치를 단행한 지난 3월 중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 랭스 캠퍼스는 학생 23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1주일간 학교를 폐쇄했다. EU 국가 중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스페인에선 1만764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이탈리아에선 1597명이 새로 확진됐다.

스페인은 지난 3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만 명 이상 치솟자 봉쇄령을 석 달간 내리면서 한때 100여 명으로 줄었고, 프랑스도 3월 말께 신규 확진자 7600명을 기록하자 두 달간의 봉쇄를 통해 이를 100명대로 낮추며 전염병을 통제하는 듯 보였으나 최근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유럽의 코로나19로 인한 하루 사망자 수는 252명으로 크게 늘진 않았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169명이었다. 이는 젊거나 건강한 확진자가 많아진 데다 검진을 확대해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고 있고 치료법도 개선된 덕분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프랑스는 최근 1주일간 100만 건의 코로나19 검사를 했다고 르몽드가 전했다.

다만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두 지역의 인구가 유럽 4억5000만 명, 미국 3억3000만 명으로 다른 데다 검진 방법과 확진자 수를 집계해 발표하는 기준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재봉쇄?”…깊어지는 각국 고민유럽의 신규 확진자 중에는 여름휴가 중 감염됐거나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젊은 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인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모여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게 유행하면서 이로 인해 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술집에 가는 것보다 저렴하게 음주를 즐길 수 있는 데다 술집 입장객 수 제한 등의 조치가 내려지면서 더욱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 정부는 학교 재개방과 재택근무 축소 등 현재의 봉쇄 완화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재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공포 심리에 무너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재봉쇄 조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랑스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3.8%로 1945년 이후 최악이었으며, 스페인의 GDP는 전 분기 대비 18.5% 감소해 1930년대 내전 이후 최악을 기록하는 등 봉쇄조치로 인한 경제 후유증은 컸다.

스페인 언론 엘파이스는 확산세를 꺾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선 10명 이상 모임을 제한하고, 발레아주는 일부 지역을 봉쇄하는 등 주 정부마다 다른 대책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