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펀드, 일반투자자는 세제혜택 거의 없어…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

입력 2020-09-11 17:21
수정 2020-09-12 00:52
금융투자업계에서 뉴딜펀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 차원에서 ‘국민의 자산증식’이란 주제에 관심을 보인 건 긍정적”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투자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순수성이 의심되는 펀드 구조를 던져놓고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뉴딜펀드에 대해 묻자 “기본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나온 다른 ‘관제펀드’ 대비 세제혜택이 약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는 뉴딜펀드에 투자하면 투자액 2억원까지 배당소득에 9% 분리과세 혜택을 줄 방침이다.

그러나 이 혜택은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겨 최고 42%의 누진세율을 적용받는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 납부자에게만 의미가 있다. 금소세 납부자는 매년 13만 명 정도다. 일반 투자자가 뉴딜펀드에 돈을 넣어 세제혜택을 누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는 “먹거리가 안 보이는데 어느 민간 운용사가 순순히 참여하겠느냐”며 “이번 정권에서 연임을 노리는 회장들이 있는 5대 금융지주 산하 운용사 정도만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펀드 판매를 맡을 증권사들은 불완전판매 논란을 걱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일선 지점 프라이빗뱅커(PB)가 ‘원금보장’을 내걸고 펀드를 팔았으면 바로 불완전판매로 처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당국자들이 “사실상 원금이 보장된다”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뉴딜펀드가 ‘국채수익률(10년 만기 기준 1.5%)+알파(α)’를 연간 목표수익률로 제시한 점도 논란의 포인트다.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면 전부 국채를 발행해 진행하면 될 것을 굳이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처 발굴에 나선 각 증권사 투자은행(IB) 부서도 난감해하는 건 마찬가지다. 정부가 뉴딜펀드의 구체적 투자처를 제시하기에 앞서 투자구조와 혜택 등을 먼저 거론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펀드의 구조보다는 어떤 콘텐츠에 투자할지가 더욱 중요한데 지금은 앞뒤가 바뀌어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는 뉴딜분야 신용공여 확대 허용 등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안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자기자본 3조원이 넘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된 대형증권사는 일반 증권사(100%)와 달리 자기자본의 2배(200%)까지 투자자·기업 신용공여(대출 등)에 쓸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종투사들은 자기자본의 87% 정도만 신용공여에 썼다. 종투사에 추가로 부여된 100%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쓸 수 있도록 묶어놨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은 신용공여 한도는 약 38조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이런 불합리한 규제만 풀어주면 38조원이 바로 생산적 분야에 투입될 수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묶어놨다가 갑자기 뉴딜에는 돈을 맘껏 써도 좋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