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 1년' 깊어진 골…서로 불신·불매·비호감

입력 2020-09-11 17:37
수정 2020-09-11 22:43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양국 국민의 골이 깊어진 게 데이터로 확인됐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불매, 비호감 등 대부분 지표가 악화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한·일 갈등에 대한 양국 시민 인식조사’를 발간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조사에는 양국 20~69세 국민 1742명(한국인 1000명, 일본인 742명)이 참여했다.

이에 따르면 양국 국민은 상대국 지도자를 불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 일본인은 79.2%,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 한국인은 93.7%에 달했다. “한일 관계 악화는 상대국 정치인 책임”이라 보는 비율도 일본인 53.3%, 한국인 84.9%로 집계됐다.

양국 갈등 뇌관 격인 역사·영토 문제의 경우 한국인 대다수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봤다. 독도 등 영토 문제는 91.8%, 위안부 등 역사 문제는 91%가 이같이 답했다. 일본인들 역시 이들 사안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았으나 한국인 응답 비율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영토 문제 76.8%, 역사 문제 55.5%).

양국 국민의 상호 불신과 시각차는 일상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노(NO) 재팬’으로 대표되는 불매 운동을 벌인 한국인들은 80%가 최근 1년간 일본 제품 구입이 줄었다고 했다. 반면 별다른 불매 운동이 없었던 일본인들은 31.1%가 한국 제품 구입이 줄었다고 답변했다.


자연히 서로에 대한 호감도는 낮고 경계심은 높게 나타났다.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비호감(“호감을 갖지 않고 있다” 응답) 비율은 64.2%,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비호감 비율은 56.7%나 됐다. ‘상대국은 경계 대상’이란 명제에 대해서도 한국인은 83.1%, 일본인은 63.2%가 인정했다.

또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한국인 57%와 일본인 34%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상대국이 좀 더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한국인 72.6%와 일본인 44.1%가 호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갈등 완화와 관계 개선의 시작은 언제나 시민 인식의 확인에서부터”라면서 “양국이 서로의 발전을 위해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사회 영역에서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당위는 부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