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11일(15: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가게 됐다.
11일 오후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된 데 따라 이 회사를 자율협약의 형태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넣는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12월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율협약에 들어갔다가 2014년 12월 5년만에 졸업했다.
회의를 마치면 계약 주체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즉각 상대방인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아시아나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기안기금 신청 규모는 2조원대로 알려졌다. 앞서 채권단은 작년 4월에 1조6000억원, 올해 4월에 1조7000억원 총 3조3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앞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해 놨다. 이 중에서 아직 사용되지 않은 자금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쓸 수 있도록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기안기금 지원금과 별도로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직접 지원하는 자금이다.
HDC현산은 아직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호산업(322억원)과 아시아나항공(2177억원)에 각각 지급한 총 2500억원 규모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대신 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부당하게 박탈당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아시아나항공을 재매각할 때 법률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에 대한 차등 감자 등은 검토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차등 감자를 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를 열어 결의하는 등 행정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항이 많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연말께 부채비율 등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다만 대주주인 금호산업 측 지분에 대한 감자 필요성에 대해서는 채권단 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다. 금호석유화학이나 일반 소액주주에 대한 감자가 이뤄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투자 지분에 대한 감자 역시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자를 한 후에 출자전환을 해야 지분율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출자전환을 통한 채권단 지분율 확보도 이 무렵에 한꺼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이 언제 추진되느냐는 인수 후보가 시장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우건설처럼 오랫동안 아시아나항공을 가지고 있을 수 없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특히 항공업은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하는데 채권단에서 운영 노하우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오래 가지고 있기에 부담스럽다. 따라서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인수 후보가 나오기만 한다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인수 후보가 있겠느냐다. 산은은 HDC현산과의 관계가 거의 틀어진 이후 여러 경로로 기업들의 의사를 타진했으나 아직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연내에 당장 재매각을 추진할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재매각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