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폭염, 이어진 3개의 태풍으로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일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 Korea Agricultural product Price Index)’는 전일보다 11.5포인트 빠진 167.41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최고였던 지난 7일(179.82)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1년 전(109.89)보다 여전히 62.6% 높은 수준이다.
한경·팜에어 KAPI는 농산물 가격 분석·예측 전문기업 팜에어가 작성하고 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하는 국내 최초의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농산물 가격 지수다. 국내 농산물 도·소매시장에서 거래량과 대금을 기준으로 상위 22개 품목의 거래 가격을 모두 1㎏ 단위로 표준화한 뒤 산출한다.
깻잎 마늘 호박 가격 많이 올라지난 9일 팜에어·한경에 따르면 국내 거래 상위 22개 농산물 중 사과(-2.49%)와 부추(-20.52%), 무(-7.54%) 등 3개를 제외한 19개 전 품목의 가격이 1주일 전보다 올랐다. 상승폭이 가장 큰 5대 작물은 깻잎, 마늘, 호박, 상추, 오이였다. 깻잎은 전주 대비 70.8% 오른 ㎏당 9080원이다. 깻잎 생산 비중은 경남 밀양이 37.0%로 가장 높고, 충남 금산군(27.0%), 경북 경산(5.0%), 충남 논산(4.7%), 충북 옥천(4.5%) 순이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이유는 태풍 피해 시기가 수확기와 겹쳐서다. 이 밖에 마늘은 ㎏당 3963원으로 전주 대비 59.02% 올랐다. 호박은 전주 대비 40.45% 상승한 2302원, 상추는 37.32% 오른 4907원이었다. 오이는 34.54% 오른 2748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부추(-1.0%)를 제외한 21개 품목 가격이 상승했다. 대파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7.18% 오른 ㎏당 2360원으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배추(90.6%), 양배추(63.2%), 마늘(62.6%), 호박(50.4%)이 뒤를 이었다. 배추는 전남 해남, 강원 평창 인근 지역이 전국 재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노지 재배가 많아 태풍 피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배추 가격은 전주 대비 29.46%, 전년 동월 대비 90% 이상 오른 ㎏당 1562원이었다. 강원 등 동해안 지역 작물 피해 커8월 말과 9월 초에 집중된 태풍 피해는 경남 경북 강원 등 동해안 지역에 집중됐다. 이 지역을 주요 산지로 하는 작물들은 피해가 극심하다. 감자값은 전년 동월 대비 31.33%, 전주보다 12.5% 비싼 ㎏당 1232원이었다. 경북 지역에 주요 산지가 몰려 있는 사과값도 낙과 피해로 전년 동월보다 54.69% 오른 ㎏당 3157원이었다.
경기 지역에 산지가 집중된 부추는 태풍 등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고 생육 기간이 짧아 가격이 하락세다. 부추 1㎏ 값은 전주와 전월 대비 각각 20.5%, 41.9% 내린 2745원을 기록했다. 전남 무안과 함평에서 전국 생산량의 약 40%가 나오는 양파는 저장 양파 출하로 전주 대비 상승폭이 5%대에 그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8~10호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벼가 쓰러지는 등 침수 피해가 커 병충해를 막기 위한 긴급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초중순 수확하는 조생종 벼는 조기 수확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지난 7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추석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반’을 운영하며 주요 성수품의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 경영 안정과 소비자물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명절 전 주요 농산물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