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제계란 훔친 '코로나 장발장'…검찰, 징역 1년6개월 구형

입력 2020-09-10 17:26
수정 2020-09-10 17:28

훈제계란을 훔쳐 달아난 이유로 징역 18개월이 구형됐던 일명 '수원 코로나 장발장' 사건의 피고인에게 검찰이 또다시 같은 형량인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법원은 지난 6월 열린 재판에서 검찰의 동일한 요청을 받고 선고기일만을 남겨두고 있었으나, 피고인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변론을 재개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3월 23일 새벽 경기 수원시의 한 고시원에 들어가 달걀 한 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새벽에 타인의 주거지에 침입해 물건을 훔친 점, 그에게 상습절도 5차례를 포함해 10여 차례의 전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특가법을 적용했다.

특가법은 절도 관련 범죄로 3번 이상의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절도를 저질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다만 A씨의 범행 경위 등을 참작해 지난 6월 25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이 재판은 7월 14일 선고기일이 잡히면서 종료되는 듯했지만,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 BBC 서울 특파원은 자신의 SNS에 "한국 검사들은 배가 고파 달걀을 훔친 남성에게 18개월 형을 요구했다"며 "이는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똑같은 형량"이라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일자 재판부는 변론을 재개하기로 하고 A씨의 범행 경위, 범죄전력,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까지 양형 조사를 진행해왔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여러 사람에게 시달려서 용서나 합의 등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별도의 처벌불원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고 조사 결과를 말했다. 검찰은 변론 재개 전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을 통해 "A씨가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여러가지 알려진 바와 같이 생계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달걀을 훔친 범죄에 불과하다"며 "특가법 적용으로 처벌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다르게 판단해서 특가법 적용이 없도록 여러가지 사정을 정상 참작해달라"고 덧붙였다.

A씨는 "피해자에게 죄송하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며 짧게 최후진술을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