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선물에 탕진하고는…돈아끼려 걸어 귀가하던 여성 살해

입력 2020-09-10 10:48
수정 2020-09-10 10:51
편의점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숨기려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진다.

제주 서부경찰서는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강도 살해)에 더해 시신 은닉 미수와 절도, 신용 카드 부정 사용, 사기 혐의 등을 추가해 A씨(29)를 10일 검찰에 넘긴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50분경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B씨(39·여)를 살해하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 살해)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평소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지난 4∼7월 택배 일을 하다가 그만둬 현재는 무직 상태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자신 명의의 차를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생활고가 아닌 당장 돈이 필요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A씨는 평소 인터넷방송 여성 BJ에게 선물을 주며 돈을 탕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는 범행 5시간 뒤 다시 범행 장소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주변 폐쇄 회로(CC)TV 분석 결과 A씨는 범행 5시간만인 지난달 31일 0시∼0시30분경 휴대전화 조명을 이용해 어둠 속에서 범행 장소를 다시 찾았다. A씨는 시신을 5m가량 옮기다 결국 포기하고 현장에서 사라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시신을 감추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무거워 결국 옮기지 못하고 되돌아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범행을 저지른 뒤 훔친 피해자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식·음료를 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인정한 상태"라며 "현재 A씨가 계획적으로 강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피해자 아버지는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민속오일장 인근 30대 여성 살해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피해자 아버지는 "딸은 작은 편의점에서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 후 도보로 1시간30분 거리인 집까지 걸어서 귀가했다"며 "사건 후 알게 됐지만, 딸은 '운동 겸 걷는다'는 말과 달리 교통비를 아껴 저축하기 위해 매일 걸어 다녔다"고 전했다.

이어 "피의자는 1t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교통비까지 아껴가며 걸어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며 "갖고 있던 흉기로 살인했다는 것으로 미뤄 계획 살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 딸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그곳을 지나갔다면 범죄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며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