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업체인 루시드모터스가 9일(현지시간) 저녁 자사 최초의 전기차 모델을 공개하고 예약 판매를 개시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테슬라모터스보다 뛰어난 성능을 확보했다고 강조하고 있어 돌풍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루시드모터스가 이날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모델은 ‘루시드 에어’다. 기본형부터 고급형까지 4가지 트림으로 구성됐다. 가격은 8만~16만9000달러로, 동급 내연엔진 차량보다는 비싸지만 테슬라에 비해선 저렴한 편이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을 받을 경우 실제 구입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이 모델 주문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일부), 중동 등이다. 홈페이지에서 예약금을 1000~7500달러 선결제하면, 내년 초부터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가장 비싼 모델부터 먼저 배송이 개시된다. 기본형의 경우 1년 이후부터 배송이 가능할 것이란 게 회사 얘기다.
루시드 전기차는 출시 전부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피터 롤린슨이 테슬라의 수석 개발자 출신인데다, 그동안 수 차례 ‘테슬라를 뛰어넘는 성능’을 공언해 와서다.
이날 공개된 루시드 에어의 기능은 현존 전기차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다. 일단 충전용 배터리가 가장 크다. 한 번 충전으로 832km(517마일)를 주행할 수 있다. 웬만한 휘발유나 경유차 주행거리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2.5초에 불과하다. 10초 내 기록은 전기차 중 최초다. 최고 시속은 322km다. 차량 앞쪽에 위치한 트렁크는 전기차 중 최대 크기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1분마다 32km 주행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됐다. 이를 위해 총 32개의 센서가 설치됐다. 롤린슨 CEO는 “루시드 에어는 전기차 시장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루시드모터스는 2007년 창업한 배터리 제조업체 아티에바가 모태다. 2016년 사명을 루시드모터스로 바꿨다.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애리조나주에 생산 공장이 있다. 전체 직원은 1200여 명이다.
비상장 회사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가 13억달러를 투자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 이 회사는 2년 내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