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롯데렌탈 지분 20% 두고 회수고민 빠진 국민연금

입력 2020-09-09 09:49
≪이 기사는 09월08일(06: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선두 렌터카회사 롯데렌탈의 지분 약 2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투자금 회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추후 회사의 상장(IPO)을 통한 회수를 보장받았지만, 렌터카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기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기업가치가 단기적으로 저평가된 점을 강조하며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이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당장 자본 확충이 시급한 롯데그룹과도 합일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 지분 19.6%를 보유한 국민연금 측은 투자자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자문사를 통해 잠재적인 인수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미래에셋대우가 운용하는 투자목적회사(SPC) 그로쓰캐피탈을 통해 롯데렌탈에 투자했다. 2015년 롯데그룹이 KT로부터 롯데렌탈(당시 KT렌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당시 롯데 측이 제시한 인수가가 약 1조2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측의 투자금액은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인수에 참여한 다른 FI들은 롯데 측과 TRS 계약을 체결해 투자 원금과 일정 수수료를 보장받는 형태로 참여했다. 반면 국민연금 측은 지분 투자로 참여했다보니 IPO를 통해 회수하거나 해당 지분을 다시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투자 회수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IPO를 통한 투자 회수다. 롯데렌탈도 내부적으로 상장을 준비해왔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렌터카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차갑게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업 등 전방산업들이 타격을 입은 데다, SK네트웍스?SK렌터카 등 경쟁업체들의 규모 확장으로 경쟁 강도도 커졌다.

FI들은 오히려 업황이 반등할 시기를 기다려 IPO를 추진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할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그룹도 IPO를 미루기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과중한 재무부담으로 롯데렌탈 신용등급(AA-)은 하향 트리거 기준을 충족한 상황이다. 'A급'으로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모회사 호텔롯데의 자금줄도 마른 상황에서 모회사 수혈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롯데 내부에선 눈높이에 차지 않은 공모가 수준에서라도 IPO 통한 자금수혈을 서두르자는 의사결정도 감지된다.

투자자인 국민연금 입장에선 롯데가 낮은 공모가에도 IPO를 강행할 경우 5~6년간 투자 성과가 빈손일 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IPO 이전 보유 지분 매각을 타진해 중도에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자문사를 통해 유관분야 SI는 물론 모빌리티 분야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PEF운용사 등과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

다만 지분 매각의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 신규 투자자가 기존 지분 인수와 함께 일정정도 신규 증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외견상 매각 주체인 국민연금과 인수 후보 양 측간 협상 구도이지만, 대주주인 롯데 측의 일정정도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롯데가 신규 투자자에게 IPO 기한을 연기하는 약속을 해 주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차준호/김리안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