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노사갈등까지 겹치며 이중고에 빠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쌍용차를 제외한 4개사가 모두 노조의 파업 리스크를 안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더불어 파업이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가져오고 이미 어려움에 처한 부품업계가 회생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판매 비정규직 노조 파업이라는 위기에 처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서울·경기·인천·울산·경남·전남·충남·충북·제주 등 100개 대리점, 570여명에 달한다. 지방노동위 조정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판매 비정규직도 적지 않다. 쟁의권까지 확보한 이들이 일시 파업에 나설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 하반기 판매 실적에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달 13일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인 생산직 노조도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전년도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사측이 시간끌기식 교섭으로 버티면 투쟁모드로 전환할 것"이라며 파업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동차 판매도 "파업" 생산도 "파업"지난 7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온 한국GM 노조는 사측과의 추가 교섭에서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번 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전체 조합원 77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0%(6225명)의 찬성표를 얻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파업이 가능해진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 400%와 성과급 600만원 등 인당 2200만원의 일시급 지급 △조립라인수당 500% 인상 △생산장려수당 지급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임금을 동결했던 만큼 조합원들의 불만이 쌓였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창원공장에서 GM의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황이기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1조원 넘는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부담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파업을 단행했던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현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를 대표하는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2018년 11월 금속노조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지난 3월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포기했지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차 공약 이행에 나서기로 한 셈이다.
노사 갈등에 완성차도 부품업계도 휘청르노삼성 노조는 금속노조 가입을 통해 임단협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이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700만원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추가적인 기본급 인상에 난색을 표하자 협상 결렬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
사측은 이미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세계 르노 공장 가운데 가장 비싼 상황에서 고정비를 더 올린다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르노그룹은 노사관계 악화와 잦은 파업을 이유로 르노삼성에 배정됐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을 연장 없이 종료시켰고 후속 물량으로 추진하던 유럽향 XM3 배정도 연기했다. 이러한 여파에 부산공장은 날개없는 추락을 겪고 있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수출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9% 줄어든 1466대에 그쳤다. 추가 파업과 금속노조 가입으로 유럽향 XM3 물량 배정이 불발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판매 감소에 노조 파업까지 겹치면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부품업계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효과로 상반기 국산차 내수 판매는 지난해 대비 6% 성장했지만, 해외시장 판매가 급감한 탓에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의 '실탄'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8월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5.6% 줄어들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반기 자동차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노조 파업까지 겹치면 국내 완성차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자금력이 부족한 부품업체들은 이미 유동성 위기에 처했기에 완성차 생산이 급감하면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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