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 최초로 민관 합동으로 인공지능(AI) 제조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중소 제조기업에 대기업 수준의 AI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토종 스마트공장 솔루션 기업도 육성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그동안 스마트공장 보급 정책을 통해 전국에 구축된 중소기업 스마트공장의 제조 데이터가 회사차원에 머물지 않고,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회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9일 밝혔다. 아울러 AI 제조 플랫폼 구축에 협력할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로 ‘NHN-KT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중소 제조기업이 갖추기 어려운 데이터 저장·분석 인프라와 AI서비스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중소 제조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대기업 수준의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기업에 대해선 데이터 활용 동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먼저 기업이 인공지능과 제조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추후 데이터 공유·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주무부처로 작년까지 전국 1만2660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고, 2022년까지 3만개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가치 있는 제조데이터는 생산 기업의 소유로 축적될 것이라는 게 중기부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뿌리기업업계의 AI 활용 요구와 산업 파급효과를 고려해 금형 주조 등 뿌리 분야 중심으로 우선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양적으로 스마트공장 확장 정책을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질적으로 이를 고도화해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을 이끌겠다는 게 이번 정책의 배경이다. 박영선 장관은 “AI와 데이터 기반의 제조플랫폼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민관 합동으로 협력해서 구축하게 됐다”며 “GE, 지멘스, MS 등 해외 거대 플랫폼에 뒤지지 않는 제조업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보급과 함께 이와 관련된 솔루션산업도 키워 세계 시장에서 이미 독자 영역을 구축한 GE, 지멘스, MS 등에 경쟁할 수 있는 사업자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NHN과 KT 등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는 AI제조 플랫폼의 대용량 스토리지, 고성능컴퓨팅 자원 등 핵심 인프라와 AI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등 플랫폼 환경을 제공하고, 외부 해킹과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과 서비스 이용을 위한 기술 지원 등을 담당하게 된다.
중기부는 1단계로 올해 하반기까지 클라우드 기반 제조데이터 수집·저장 체계 및 AI 활용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2단계로 내년 하반기까지 제조기업이 스마트공장에 적용할 수 있는 ‘AI 제조 솔루션’을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 스토어’를 구축하기로 했다. 3단계로 2022년 상반기에는 제조데이터 생산기업과 활용기업을 매칭하고 거래를 지원하는 ‘마이제조데이터 플랫폼’을 열 계획이다. 박영선 장관은 “스마트공장에서 생성된 제조데이터를 활용하고, 그 이익을 데이터 생산 제조기업에 환원하는 ‘마이제조데이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독일에서 얼마전 제조 데이터 플랫폼의 국제표준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와서 현재 검토중”이라며 "해외 거대 플랫폼이 진입하지 못한 제조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대한민국 제조데이터의 주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