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미들 '악몽의 밤'…테슬라 21% 폭락에 1조 날렸다

입력 2020-09-09 15:34
수정 2020-09-09 15:48

해외주식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들에게 지난 8일 밤은 악몽 같았다. 밤 10시 30분 미국 나스닥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전 거래일보다 15.00% 떨어진 355.62달러로 시초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한 시간 뒤인 밤 11시 30분 -12.64% 까지 낙폭을 줄이는 듯 했지만 이내 낙폭을 키우며 21.06% 폭락한 330.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6.73%), 아마존(-4.39%), 페이스북(-4.09%), 구글(-3.64%) 등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이 줄줄이 조정을 받으며 나스닥지수는 4.11% 떨어졌다.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중인 해외 종목이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의 테슬라의 보관잔액은 지난 4일 기준 38억7857만달러(약 4조6131억원)로 지난달 말 대비 2억3182만달러(2757억원) 늘었다.

이날 급락으로 4일까지 테슬라를 들고 있던 한국 투자자들이 8일 하루에만 약 9715억원을 날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낙폭은 지난 2월 5일(현지시간) -17.17%를 넘어선 최대 수준이다. 테슬라가 1월 말에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한 뒤 조정을 받았던 때다.

이번 급락 원인은 복합적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우선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최근 미국 기술주에 대해 40억달러 규모의 콜옵션(매수 권리)을 사들이며 주가를 부양한 게 오히려 변동성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콜옵션 같은 파생상품으로 인해 가파르게 오른 주가는 그만큼 더 크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테슬라가 이날 S&P500 지수 편입에 실패하자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2일 예정된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주가가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 S&P500 편입실패 같은 계기가 생기니 차익실현 욕구가 폭발한 것"이라며 "테슬라에 대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조정의 폭과 기간을 가늠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