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열차 귀성 어렵네…추석 열차표 예매 포기 속출 [종합]

입력 2020-09-08 12:09
수정 2020-09-08 12:47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석 연휴 귀성 자제를 권고하고, 한국철도(코레일)도 창가 좌석만 예매하기로 하는 등 판매 좌석을 전체 좌석 200만석의 절반인 100만석으로 줄이면서 곳곳에서 혼선과 예매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시작된 추석 열차표 예매를 위해 일찌감치 코레일 사이트에 접속했던 시민들은 사이트 서버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돼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경부선 열차표 예매를 위해 사이트에 접속했던 직장인 김모 씨(28)는 "오전 6시 50분께 PC로 코레일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서버가 5분가량 다운돼서 당황했다"며 "모바일로 접속해야 하나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쯤 다행히 서버가 복구돼 예매에는 차질이 없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코레일 서버 터졌다", "코레일 서버 먹통 됐다" 등의 불만 섞인 게시물이 여럿 게시됐다. 직장인 현모 씨(27)도 "서버가 다운된 후 계속 새로 고침을 하다가 접속했을 땐 이미 내 앞에 1만5000명이 접속 대기 중이라는 화면이 떴다"며 "30분 넘게 기다려 겨우 표를 예매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원하던 시간은 못 잡았다"고 말했다.

혼자 서울에서 부산으로 귀성하는 대학원생 이모 씨(27)는 "매년 명절 기차표 예매 때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인터넷 예매 창이 열리는 오전 7시 정각까지 대기하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많이 몰렸는지 빈 화면만 나오고 페이지가 아예 뜨지 않았다"며 "7시 1분에 뒤늦게 들어갔더니 이미 1만7000명이 대기 중이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일하는 신모 씨(26)도 "본가가 서울에 있어 부모님도 뵙고 함께 명절을 보내기 위해 서울로 갈 예정이지만 기차표 예매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신씨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걸 알지만 혹시라도 실패해 명절을 혼자 보낼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라며 "대신 기차 시간대를 늘려주는 방식 등으로 보완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올해는 추석 때 기차 이용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모 씨(30)는 "원래는 추석이나 명절 때마다 부모님을 뵙기 위해 대전행 기차표를 예매하고는 했는데 올해는 대전에 가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부모님께서 코로나가 걱정된다며 올해는 본인들께서 승용차를 이용해 서울에 오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조모 씨(33)는 승차권 예매를 애초에 포기했다. 그는 "이전에도 예매를 한 번에 성공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표 물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연휴 시작 전에 휴가를 내서 자가용 승용차로 고향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평구에 혼자 사는 김모 씨(31)도 추석에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는 것을 포기했다. 평소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이용하던 KTX 표 예매가 어려운 데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무리해서 내려오지 말라는 부모님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수도권의 코로나19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먼저 이번에는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며 "상황을 보아 가며 명절 이후 주말에 고향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철도는 열차 승객 간 거리 두기를 위해 추석 연휴에 운행하는 모든 열차 승차권을 창가 좌석만 발매키로 하고, 시스템 조정과 테스트 작업을 위해 예매 일정을 지난 2∼3일에서 일주일가량 연기했다. 오전 7시 예매 시작을 앞둔 시점에 최대 접속자 수가 21만명으로 지난해 추석의 24만명보다는 적었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예약발매 서버의 시스템 용량이 최대 61%, 웹서버는 최대 71%로 안정적인 상태"라며 "코로나19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안전한 명절이 되도록 창가 좌석만 판매하는 만큼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예약한 승차권은 9일 오후 3시부터 13일 자정까지 반드시 결제해야 한다. 13일까지 결제하지 않은 승차권은 자동으로 취소되고, 예약 대기 신청자에게 배정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