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이색 상품을 내놓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본 최대 항공사인 ANA는 지난달 말 해외여행을 떠난 기분을 내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유람 비행 서비스’를 내놨다. 나리타공항에서 출발해 90여 분간 영공을 돌다가 되돌아오는 프로그램이다. 이용 가격은 퍼스트클래스 기준 5만엔(약 56만원), 이코노미 기준 최고 1만9000엔(약 21만원)이다. 정원의 150배에 달하는 신청자가 몰릴 만큼 인기를 모았다.
여행의 추억을 되살리는 기내식을 판매하는 항공사도 등장했다. 냉동식품을 집에 비축해 두려는 수요까지 노렸다. 캐나다 중소 항공사인 에어노스는 기내식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기내에서 제공하는 먹거리와 잠옷 등을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판매 중이다. 말레이시아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는 농산물을 배송해주는 신사업까지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방문객이 급감한 외식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버거킹은 주문한 음식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고객에게 도착하는 비대면 매장 디자인을 공개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매장에 드라이브스루 도입은 기본이 됐다. 소비 분석업체인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드라이브스루 주문은 26%가량 늘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는 내년 말까지 북미 매장 400여 개를 폐쇄하거나 테이크아웃 중심 점포로 개편할 계획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매장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는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식기업들은 메뉴까지 바꾸고 있다. 주문부터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맥도날드는 메뉴를 줄였고,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 타코벨은 조리 시간이 긴 음식을 퇴출시켰다. 월트디즈니는 신사업을 통해 전통 사업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급감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영화 ‘뮬란’을 유료 공개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찾아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은 기업들은 생존만 한다면 오히려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이시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 백화점업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쟁사인 JC페니, 로드&테일러 등은 이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메이시스는 구조조정과 전자상거래 매출 확대 덕에 아직 버티고 있고, 경쟁자들이 퇴출된 뒤에는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용/선한결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