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못 돌려준 집주인 급증…정부가 대신 내준 돈 사상 최대

입력 2020-09-07 17:06
수정 2020-09-08 01:01
국가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대위변제 금액(가구수)은 올해 1~8월 3015억원(1516가구)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총액인 2836억원(1364가구)을 넘어섰다.

2013년 9월 도입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임차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가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주는 제도다. HUG는 추후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한다.

대위변제 금액은 2017년 34억원에서 2018년 583억원으로 폭증했고, 올해는 4개월 남은 시점에 3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연간 총금액이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다. HUG 관계자는 “보험 가입 실적이 매년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위변제 금액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발급 금액(가구수)과 보증사고 금액(가구 수)은 지난해 각각 30조6443억원(15만6095가구), 3442억원(1630가구)으로 상품 출시 후 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각각 22조9131억원(11만2495가구), 3254억원(1654가구)을 기록 중이며 올해 연간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며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수요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대위변제 금액도 급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를 끼고 매수한 갭투자 매물을 중심으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