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거부하는 美 긱 노동자

입력 2020-09-07 17:53
수정 2021-07-21 14:5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수천 명의 미국인을 ‘긱(gig) 노동’에 눈을 돌리게 했다. 이들 노동자는 새 조합원이 필요한 노동조합에 매력적인 표적이 됐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노동자의 노조 소속 비율은 불과 10.3%로 1983년 20.1%에서 크게 하락했다. 테크산업에서 성공적인 노조 운동은 이런 추세를 역전시키는 데 도움을 줬지만, 긱 노동자들을 노조에 참여시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화의 첫 번째 장애물은 노동법이다. 오늘날 긱 노동자들은 독립 계약자로 분류된다. 미국 노사관계법에 따르면 이들은 노조 가입에 부적격자다. 주법 및 지방법에 따라 긱 근로자를 노조에 가입시키려는 노력은 비슷한 장애물에 부딪혀왔다. 시애틀에서는 법원이 긱 노동자에게 반독점 우려를 제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018년 시의 긱 노동법은 무너졌다. '긱' 특성 간과한 채 勢 확장만긱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장애물에도 직면한다. 그들은 독립적으로 일하고, 동료들은 어쩌다 만나기 일쑤다. 그들은 명확한 협상 대상도 없다. 많은 긱 노동자는 동시에 여러 곳의 직장에서 일한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고용주들을 대변할 수 있는가.

친노동 세력들은 이 장애물을 몇 가지 방법을 활용해 뛰어넘으려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 긱 근로자를 독립 계약자에서 현행법상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전통적 근로자로 재분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을 채택했다. 뉴욕, 뉴저지, 일리노이주도 이와 비슷한 법 제정을 고려하고 있다. 몇몇 학자들은 시애틀 스타일의 법적 도전을 피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독점 금지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이 같은 대응은 긱 노동자들이 정규직을 선호할 것이라는 가정을 공유한다. 하지만 긱 노동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좌파 베넨슨전략그룹과 우파 GS전략그룹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긱 관련 운전자 1000명에게 계약자 대신 정규직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지 물었다. 응답자의 15%만이 정규직화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리프트가 의뢰한 조사에서도 1092명 독립 계약자 중 71%가 정규직보다 현 상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델만 인텔리전스, 업워크, 프리랜서 유니온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6000명 중 절반 가까이가 개인 사정으로 전통적인 정규직 취업이 불가능해 프리랜서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 "정규직 원하지 않아"긱 경제의 비평가들은 주문형(온디맨드) 고용은 근로자에게 전통적인 정규직 혜택을 주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연성을 희생하지 않고 근로자에게 이런 혜택을 줄 수 있는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결과가 심각하다. 버클리리서치그룹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가 이런 회사들에 전통적인 고용 모델을 채택하도록 강요해 성공할 경우 캘리포니아의 앱 기반 운전자 수가 최대 90%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캘리포니아의 접근법을 미국 전역에 채택하는 건 많은 사람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 창의적 사업 모델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20세기 모델이 21세기의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적합하다고 가정할 수 없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클 샐츠먼 고용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쓴 ‘Unions Seek to ‘Liberate’ Gig Workers From Flexibility’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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