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면서 집값 상승세도 일단 주춤해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3220건으로, 전달의 3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잇단 규제대책으로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코로나 재확산까지 겹쳐 예비 매수자들의 중개업소 방문이 끊긴 탓이다. 그 결과 한국감정원의 8월 다섯째주 서울 아파트 주간 등락률은 보합 수준(0.01%)으로 내려갔다. 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주 상승률도 0.38%로, 전주(0.45%)보다 낮아졌다.
집값 급등의 주요인인 공급 부족이 전혀 해결된 게 아닌 만큼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통계상으로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정부의 상황 인식을 마냥 ‘근거 없는 희망’ 정도로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난 7월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가속화된 전세난이 더욱 심화돼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집값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전셋값은 전주 0.40%에서 0.42%로 오히려 상승폭이 커졌다. 현장 분위기는 훨씬 더 심각하다.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2+2년)을 행사하거나, 집주인이 들어가 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주요 지역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를 기준으로 전셋값 10억원을 웃도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난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약으로 눈을 돌려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분양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려 지난 7~8월 당첨자들의 청약가점 커트라인이 60점을 넘어섰다. 30대가 일찌감치 결혼해 4인 가족을 이뤄 만점(57점)을 받아도 서울에선 분양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무주택자들은 이달 말까지 예정된 분양물량이 전혀 없는 최악의 분양절벽에 직면하게 됐다. 실상이 이런데 무주택자들이 과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바람대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내집마련’을 자제하고 분양을 기다릴지 의문이다.
지금 시장에는 불안요인이 수두룩하다. 최악의 전세난과 분양 공백을 못 견딘 무주택자들이 언제든 매매시장으로 몰려도 이상할 게 없다. 최근 거래공백기를 정책 대전환의 기회로 삼아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정책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 등에 몰두하고 있다. 규제로 누른 집값은 언제든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는 경험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