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세대' 고용위기 길어지면 한국 미래 없다

입력 2020-09-07 17:38
수정 2020-09-08 00:37
“올해는 낙방할 기회조차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준비생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다. 청년들은 취업 기회, 스펙 쌓기, 인적 교류가 사라졌거나 힘들어졌다며 스스로를 ‘3무(無)세대’라고 부른다. 외환위기 때 ‘IMF 세대’처럼 ‘코로나 세대’가 생겨난 것이다(한경 9월 7일자 A1, 3면 참조).

이런 현실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15~29세) 중 실업자와 취업희망 잠재구직자 등을 포함한 확장실업률이 25.6%로,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7월 기준 가장 높았다. 공식 청년실업률이 9.7%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실질 체감실업률은 사상 최악 수준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지만, 현장에서 겪는 취업절벽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매출 500대 기업 조사 결과 ‘하반기 신규 채용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았다’(50.0%)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24.2%)이란 응답이 약 75%에 달했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코로나 사태는 경제와 감염병의 복합위기여서 앞날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코로나 세대의 고용위기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한국의 미래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청년층이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고갈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와도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청년층의 무력감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역동성 상실을 의미한다.

‘한국판 뉴딜’을 통한 공공 일자리로는 청년층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국가적 위기의식을 갖고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산업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말로만 비대면산업 육성을 외칠 게 아니라, 규제개혁으로 ‘기회의 창’을 열어야 한다. 노동개혁도 시급하다. 임금·고용 등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따른 부담을 확 줄여줘야 할 것이다.

대학도 기업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학이 길러내는 인력과 기업이 원하는 인력 간 미스매치가 계속되는 한 온라인 채용박람회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과 손잡는 계약학과 등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인재 양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직업훈련 체계도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확 바꿔야 한다. 갈수록 깊어지는 코로나 세대의 고용위기 앞에서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