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시·박람회업계가 다시 ‘올스톱 사태’를 맞았다. 코로나19를 피해 하반기로 일정을 미뤘던 대형 행사까지 하나둘 취소 행렬에 가세하면서 전시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장사는 다 끝났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전시업계에선 9월, 10월을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는 이달 말로 예정됐던 ‘서울식품산업대전’에 이어 다음달 초 열릴 계획이던 ‘생산제조기술산업전(심토스)’이 취소됐다고 7일 밝혔다. 두 전시회 모두 1500개에 가까운 국내외 기업이 참가하는 매머드급 행사다. 공작기계 분야 세계 4대 전시회로 킨텍스 10개 전시홀을 모두 사용하는 심토스는 4월에서 10월로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터였다. 박재현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부장은 “2년을 준비한 전시회가 취소되면서 협회가 입은 직접 피해만 최소 100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전국 16개 전시장은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와 동시에 일제히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서울 코엑스에선 국내 최대 규모 아트전시회인 한국국제아트페어가 개막을 불과 2주 남겨놓고 취소됐다. 대구 엑스코와 부산 벡스코에서도 이달 열릴 예정이던 액티브시니어엑스포와 K푸드·대구음식박람회 등이 취소됐다.
한국전시주최자협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전시업계 매출은 90% 가까이 급감했다. 올 1~8월 예정됐던 전시회 362건 중 70%가 넘는 254건이 취소됐다. 그나마 5월부터 열린 108개 전시회도 예년보다 규모가 줄면서 실적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시업계 피해 규모를 1조4614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동원 한국전시산업진흥회장은 “사실상 올해는 전시회 개최가 어려워진 만큼 지원 규모와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7월 3차 추경을 통해 전시업계에 6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을 전시회 출품 기업의 부스 참가비로 한정해 실질적인 지원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