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04일(06:3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소매 유통 업체 홈플러스의 신용도가 악화일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갈수록 영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데다 리스부채 부담으로 재무안정성까지 흔들리고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신용도가 더 떨어지면 3000억원에 육박하는 채무를 조기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6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을 종전 A2에서 A2-로 한 단계 낮췄다. 뒤 이어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27일 홈플러스의 CP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모두 소비 패턴 변화로 홈플러스의 실적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코로나19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실적이나 재무안정성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판단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경쟁·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업태 경쟁력 약화와 과중한 재무부담을 감안할 때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올 5월 말 기준 전국 140여개 대형마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가 국내 대형마트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위 시장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홈플러스스토어즈를 흡수 합병했고, 올 2월엔 100% 모회사인 홈플러스홀딩스를 추가로 합병했다. 최대주주는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다.
국내 소매 유통 시장엔 최근 몇 년간 부정적인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 낮은 출산율, 1인 가구 증가, 온라인 채널 확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전반의 부진한 수익 구조가 심화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신리스회계기준 도입으로 4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리스부채가 계상됐다. 이 때문에 순차입금은 7조원 안팎으로 대폭 늘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상환전환우선주의 부채 전환 영향까지 더해져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객력 감소와 영업 준단으로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할인점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춘 홈플러스 역시 수년 간 매출 저성장과 역성장을 겪고 있다. 영업현금창출능력 약화와 함께 금융비용과 리스료 상환 부담이 급증하면서 잉여현금창출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적극적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있지만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말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10배를 웃돌고 있다.
홈플러스는 2020회계연도 1분기(올 3~5월) 총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 줄었다. 경쟁 업체에 비해 총 매출 감소 폭이 컸다. 오프라인 매장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저마진의 온라인 매출 비중 상승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지난해 동기 대비 29% 급감했다.
올 6~7월 매출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가량 줄었다. 온라인의 생필품 재고 부족 등으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도 했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할인점에 제외되면서 지난 5월 이후 소비자들이 다시 이탈한 탓이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온라인 채널과 경쟁 심화로 가격 할인과 판촉, 광고비 지출이 불가피하다"며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 정책 기조도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재차 증가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정부 방역 단계의 상향 가능성 등이 실적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신용도 악화 관련 유동성 위험도 갖고 있다. 홈플러스는 임차보증금 유동화 과정에서 상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레이팅 트리거(Rating Trigger)를 활용했다. 올 2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임차보증금 유동화 증권 잔액은 2999억원이다. 홈플러스의 장기 신용등급이 BBB+ 이하, 단기 신용등급이 A3+ 이하로 떨어지면 조기 지급 조건이 발동되는 구조다. 홈플러스의 신용도에 따라 3000억원에 육박하는 채무 조기 지급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기업평가는 "조기 지급 조건이 발동돼도 투자자와 협의에 따라 지급 시점을 연장할 수 있지만 신용위험 증가에 따른 유동성 대응력 저하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빠르게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올해 투자를 내년 이후로 지연시키는 등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고객 이탈로 현금흐름이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라 자산 매각에도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우려에 홈플러스 관계자는 "경기 침체, 유통 규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극도로 불확실한 사업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점포 자산 유동화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미래 사업을 위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세웠다"며 "현재까지 안산점, 대전탄방점, 대전둔산점 등 3개 점포의 자산 유동화를 확정해 앞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