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부동산이 갑질" vs "확인매물 정보는 지재권"

입력 2020-09-06 17:20
수정 2020-09-07 09:37

네이버가 자사와 계약을 맺은 부동산 정보업체가 카카오에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막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네이버는 공정위가 지식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은 잘못된 처분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 “네이버, 영향력 남용”공정위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계약을 맺어 카카오에 대한 정보 제공을 막은 것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10억3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6일 발표했다.

네이버는 2003년 3월부터 부동산 매물 정보 제공 서비스를 해오다 2013년 서비스 방식을 바꿨다. 이전에는 공인중개사들로부터 직접 매물 정보를 수집했으나 2013년부터는 부동산 정보업체와 제휴해 매물 정보를 제공받기 시작했다. 이후 카카오도 네이버처럼 사업모델을 바꾸자, 네이버는 2015년 5월 ‘부동산매물검증센터(KISO)를 통해 확인된 매물 정보는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특히 부동산114에는 확인이 끝난 매물뿐 아니라 네이버에 검증을 의뢰한 매물까지 모두 3개월간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요구했다. 매물을 내놓은 지 3개월 안에 대부분 거래가 성사되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사실상 거래를 봉쇄했다는 게 공정위의 해석이다. 부동산114는 해당 조항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네이버에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부동산써브, 직방 등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이 같은 요구의 부당함을 인식하고도 네이버의 시장지배력 때문에 거부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는 매물 정보가 올라오는 웹사이트 중 매물 건수로는 40% 이상, 순방문자(UV) 및 페이지뷰(PV)는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부동산 매물 정보 사업에서 밀려난 상태다. 카카오는 포털 내 관련 정보를 다른 사업자에 위탁해 서비스하고 있다. 다방, 직방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사업자들이 출연했지만 거래가가 낮은 원룸, 오피스텔 중개가 대부분이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해당 행위 이후 카카오의 순방문자와 페이지뷰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네이버의 관련 시장 내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됐고 최종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네이버 부동산에 예상보다 강한 제재를 함으로써 향후 이어질 네이버 관련 조사에서도 중징계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제재는 공정위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특별전담팀을 구성한 이후 처음 이뤄졌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쇼핑과 동영상 등 다른 분야에서도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재산권 보호받아야”네이버는 공정위 발표 직후 공정위 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네이버는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동산 매물 정보는 네이버가 허위 매물을 근절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생성한 정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100억원 가까이 투입했으며 관련 특허도 두 건 확보했다.

네이버는 경쟁사가 부동산 정보업체로부터 확인 매물 정보만 따로 받는 것을 막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확인 매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네이버의 시스템과 노하우가 이용됐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네이버의 지식재산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광고 수익도 포기한 채 중소 부동산 정보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이들의 매물 정보만을 제공해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네이버는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확인 매물’로 검증된 목록뿐이라고 반박했다. 네이버는 당시 카카오가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원천 매물 정보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네이버가 검증한 확인 매물 정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원천 매물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막은 것은 아니란 얘기다.

네이버는 “혁신과 노력을 통해 이용자 선택을 받은 결과를 외면하고 무임승차 행위를 눈감는 것이 더 문제”라며 “공정위 조치에 법적·제도적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따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공정위가 카카오 편을 들어주는 것일 수 있지만 공정위의 칼날이 언제든 카카오로 돌아올 수도 있다”며 “이 상황에서 카카오도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구민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