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두산모트롤 등 동시다발적인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음 단계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향방으로 쏠리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오는 22일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 등 전략적 투자자(SI)들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두산인프라코어를 연말까지 매각한 뒤 필요시 내년 상반기에 두산밥캣을 매각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진행 여부에 따라 두산밥캣의 매각 가능성은 유동적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36.27%) 가치로 1조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밥캣을 제외한 두산인프라코어만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해당 지분 가치만 해도 1조원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시가총액이 1조6800억원(4일 종가 기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매각 측과 인수 측이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1조원에 달하는 소송이 걸려 있는 점도 인수 후보들엔 부담이다. 1심에선 두산 측이 승기를 잡았지만 2심에선 FI가 승소했다. 대법원 판결 여부에 따라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고스란히 FI에 이전될 수 있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이뤄지지 않거나 두산중공업으로 유입될 현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그룹 중추인 두산밥캣의 매각 등 현금화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채권단에서도 두산그룹에 지원한 자금을 수년에 걸쳐 천천히 받기로 한 만큼 두산중공업의 자체 영업이익으로 자구안을 마련하거나 두산밥캣의 지분 일부 매각,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경영권 매각을 피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