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가도 이상하지 않다"

입력 2020-09-04 17:35
수정 2020-09-05 02:09
시작은 지난 3월 16일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는 ‘빅컷’(1.25%→0.75%)을 단행했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우려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제로(0) 금리 선택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두 달 만인 5월 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낮췄다.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금리 인하→자산 가격 급등’은 그다음 문제였다. 사람으로 치면 목숨부터 살리고, 장애와 후유증은 그 뒤에 걱정하는 것과 같다. 다행히 경제위기라는 파국은 피했다.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최악은 면했다.

한숨 돌리고 나니 자산 가격 급등이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다. 증시는 2018년 1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598.19)를 넘보고 있다. 강력한 유동성의 힘이 코스피지수를 쉬지 않고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부동산도 급등하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는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대장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등장하고 있다. 집값 급등이 정책 실패 탓이란 지적에 이견을 달 생각은 없다. 다만 유동성의 힘이 가세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영국에선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인 것도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고 있어서다.

“한은이 금리를 연 0.5%까지 낮춰주니까 ‘생큐’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어려운 선택이란 점을 생각하면 그래선 안 되지만, 주식 시장 참가자로선 주가가 뛰는 반가운 상황이어서요.”

증시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건 금리 때문이다. 금리가 무엇인가. 돈의 값어치다. 금리가 연 10%일 땐 1년간 이자 100만원을 받으려면 1000만원만 맡기면 된다. 그러나 금리가 연 1%라면 같은 이자를 받기 위해 1억원이 필요하다. 금리 하락으로 돈의 값어치가 떨어져서다.

화폐가 가진 가치 척도의 기능으로 보자면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대상의 가격도 결국 금리가 결정한다. 금리가 하락해 돈의 값어치가 떨어지면 그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의 가격이 올라가는 이치다. 한마디로 금리는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0%로 떨어뜨렸으니 자산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뛰는 게 당연하다. 물론 기준금리 인하폭에 정확히 비례해서 모든 자산의 가격이 똑같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자산의 특성에 따라 상승폭은 달라질 수 있다.

주식은 어떨까. 주가수익비율(PER)은 그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1년에 1억원 순이익을 올리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10억원이라면 PER은 10배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증시 전체 PER은 13배 수준까지 뛴 상황이다.

시장에선 저금리임을 고려하면 지금 수준도 싸다는 인식이 많다. 한 펀드매니저는 “코로나19 이전 코스피지수를 2000으로 잡고 한은 기준금리가 반토막 난 걸 감안하면 4000까지 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Fed가 지난달 27일 “상당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년간 초저금리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희박해진 점도 ‘코스피지수 4000’을 허황된 얘기로만 받아들일 수 없게 한다.

Fed가, 한은이 언제 초저금리를 끝낼지 현재로선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때가 다가오면 증시를 끌어올리던 힘은 방향을 정반대로 돌려 주가를 끌어내릴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려면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다. 이런 의견에 공감한다면 증시 3000, 4000을 어떤 종목이 주도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