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미국 증시 급락에도 4일 국내 증시는 1%대 하락에 그치며 선방했다. 지난달 조정을 받아 과열 국면이 일부 해소됐고, 개인이 1조원어치 넘게 순매수하며 증시를 지탱한 덕분이다. 이날 ‘한국판 뉴딜’ 수혜주가 일제히 급등한 점도 버팀목이 됐다.
국내 증시는 지난달 과열 해소이날 코스피지수는 1.15%(27.65포인트) 내린 2368.25로 마감했다.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가 4.96%, S&P500지수가 3.51% 하락한 영향에 코스피지수도 2.64% 하락 출발했다. 하지만 시초가 2332.68이 이날 최저점이었다. 바로 반등을 시작해 장 개시 1시간 만에 낙폭을 절반으로 줄였다.
미국 증시 급락의 빌미가 된 기술주 과열이 한국 증시에선 심하지 않았던 점이 선방의 이유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증시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불리는 주도주도 상승세가 한풀 꺾여 미국처럼 차익 실현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BBIG7(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LG화학·삼성SDI·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의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평균 주가 상승률은 97.5%였다. 반면 미국 7개 기술주(애플·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넷플릭스·엔비디아)는 같은 기간 111.3%, 전날 급락 전까지는 128.2%에 달했다.
특히 최근 한 달간 BBIG7이 8.5% 오른 데 비해 미국 7개 기술주는 17.1%(급락 전 26.5%) 올라 미국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일부 기술주만 오른 것과 달리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가 분산된 것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가 큰 폭으로 올랐고, 이달 들어선 뉴딜 수혜주가 오르고 있다. 이날도 LS일렉트릭(16.7%), 효성(19.3%), 씨에스윈드(12.9%), 후성(12.6%), 한화솔루션(6.1%) 등 뉴딜 수혜주가 급등하며 증시 낙폭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급락할 때마다 1조원씩 사는 개인개인 순매수도 국내 증시 선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개인은 이날 1조2854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외국인(-4715억원)과 기관(-7798억원)의 매도 물량을 다 받아냈다. 개인은 지난달 31일 외국인이 사상 최대인 1조6361억원어치를 순매도할 때도 1조5696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코스피지수 낙폭을 1.17%로 줄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미국 증시보다 훨씬 강하다고 분석한다. 공모펀드 위축에 국내 자산운용사는 ‘실탄’이 없고, 연기금도 차츰 국내 증시 비중을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도 올해 초 대량으로 빠져나간 뒤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 최대 큰손은 개인”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순매수 덕분에 앞으로도 국내 증시의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자 예탁금과 자산관리계좌(CMA) 등 증시 대기 자금만 100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 청약에 58조원이 몰린 것에서 볼 수 있듯 개인투자자들의 증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며 “낮은 금리로 투자 대안이 줄어든 만큼 이 많은 돈이 증시를 떠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고재연/설지연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