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올리지 마"…네이버 부동산 갑질, 공정위 과징금 10억 맞았다

입력 2020-09-06 12:00
수정 2020-09-06 18:21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정보를 경쟁회사인 다음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에 제공되는 것을 막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5일 "네이버가 경쟁사업자에 부동산 매물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막았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자체 시스템을 통해 '확인매물'로 판단한 부동산 매물정보가 경쟁 포털인 다음에 제공되는 것을 막은 것에 대해서다.

확인매물은 중개업체 등을 통해 실제 존재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허위매물 증가에 따른 이용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네이버가 도입한 분류 및 시스템이다. 다만 해당 매물정보를 제공 받은 경쟁사업자는 네이버가 부여한 '확인매물'이라는 태그나 그에 준하는 식별 명칭을 해당 정보에 붙여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정보업체 A사에 네이버의 확인 작업을 거친 매물 5개와 다른 매물 5개가 있다고 하자. A사가 다른 부동산 중개플랫폼 B사에 확인매물 5개와 비확인매물 3개를 섞어 제공하든, 확인매물 5개만 제공하든 네이버는 A사의 행위를 막아서는 안된다. 다만 B사가 서비스 과정에서 확인매물 5개에 별도의 표시 태그를 부착해 서비스하는 것은 네이버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네이버가 부동산 시장 장악 위해 경쟁력 남용"문제는 네이버가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포털 다음과 부동산정보업체들 간의 매물정보 계약을 막으면서 시작됐다. 부동산114, 부동산써브 등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일선 중개사들에게 제공 받은 매물 정보가 다음에 제공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네이버는 이들 정보업체들이 다음에 매물 정보를 제공하면 네이버 플랫폼에서는 관련 정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재계약 과정에서는 "네이버가 '확인매물'로 정한 매물을 제 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했다.

특히 부동산114에 대해서는 확인이 끝난 매물 뿐 아니라 네이버에 검증을 의뢰한 매물까지 모두 3개월간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요구했다. 매물을 내놓은지 3개월 안에 대부분 거래가 성사되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사실상 거래를 봉쇄했다는 공정위의 해석이다. 부동산114는 해당 조항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네이버에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이같은 요구의 부당함을 인식하고도 네이버이 시장 지배력 때문에 거부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는 매물 정보가 올라오는 웹사이트 중에 매물건수는 40% 이상, 순방문자(UV) 및 페이지뷰(PV)는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은 부동산 매물 사업에서 밀려나 포털 내 관련 정보를 다른 사업자에 위탁해 서비스하고 있다. 다방, 직방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사업자들이 출연했지만 거래가가 낮은 원룸, 오피스텔 중개가 대부분으로 주택 매매와 임대차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부동산정보제공업체에 대한 제3자 정보 제공 금지 조항이 후발 주자의 시장 진출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사업자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에 대한 제3자 정보 제공 제한 요구도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했다. 네이버, "공정위가 지적재산권 인정하지 않아"네이버는 100억원 가까이 들여 구축한 확인매물 시스템의 지적 재산권을 공정위가 인정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우선 확인매물 시스템의 구축이 부동산정보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2003년부터 부동산 매물 정보를 직접 수집해 포털에서 서비스했다. 당시만해도 후발주자였던 네이버는 2009년 확인매물 시스템을 개발·도입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2013년 직접 매물 정보 수집을 전면 중단하고 부동산정보업체를 통해서만 매물 정보를 제공 받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데 따른 것이다.

네이버는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매물을 등록하는데 건당 500원, 확인매물 인증을 받는데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네이버측은 "2013년 관련 서비스 전환 이후 한번도 수수료를 올리지 않았다"며 "서비스 전환으로 관련 사업 매출이 5분의 1로 줄어드는 타격까지 감내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경쟁사가 부동산정보업체에게 확인매물 정보만 따로 받는 것은 막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확인매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네이버의 시스템과 노하우가 이용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당시 경쟁업체에 확인매물만 따로 이용하려면 네이버에 수수료를 내라고 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확인매물로 분류된 정보를 경쟁업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위의 결정은 그간 네이버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물정보는 정보업체 것, 확인매물 태그만 네이버 것공정위의 결정은 부동산정보업체 등 콘텐츠 공급자와 플랫폼인 네이버와의 관계에서 콘텐츠 공급자에 좀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의미가 있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수집한 정보를 다른 플랫폼 사업자에 제공하는 것과 관련해 네이버가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다른 플랫폼 사업자가 확인매물 정보만 따로 제공 받더라도 '확인매물'이라는 태그나 분류를 따로 하지 못하면 네이버의 경쟁우위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에서 확인매물로 인식할 수 없다면 네이버의 경쟁우위는 유지될 것"이라며 "부동산 매물 유통 시장에서 유력한 경쟁자의 출현을 막는 정보 제공 제한을 푸는 것이 요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의 시장지배력 남용 판단의 근거 중 하나인 부동산 정보 시장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네이버의 주장을 인정했다. 네이버와 다음, 직방 등 플랫폼 뿐 아니라 부동산114 등 부동산정보업체들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분류한 것이다.

당초 공정위 조사관들은 부동산정보업체들은 제외하고 네이버와 다음 등 플랫폼만 묶어 '온라인 부동산 정보비교 시장'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부동산정보업체들과 콘텐츠 제공업체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업자로 판단했다.

온라인 뉴스시장이 있다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뉴스 시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경닷컴, 디지틀조선 등 언론사 애플리케이션 및 웹사이트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처럼 시장을 규정하더라도 네이버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라 과징금 등 공정위에 대한 제재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IT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같은 판단이 뒤늦은 것으로 네이버 길들이기의 목적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다음의 관련 시장 진출이 좌절된 가운데 새로운 신규 사업자가 나올만한 시장이 아니다"며 "올들어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플랫폼업체 길들이기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온라인쇼핑몰 사업과 동영상 사업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들 조사도 연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노경목/구민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