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선 전공의들…정부-의협, 시간 미루고 장소 옮겨 '합의문 서명'

입력 2020-09-04 15:31
수정 2020-09-04 16:05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4일 힙겹게 ‘합의문’에 서명했다.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휴진까지 벌이면서 반대해온 의과대학 정원 확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 추진 등의 정책을 중단하며 의사들은 파업을 접고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내용이 합의문 골자다.

대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안정화 이후 양측이 참여하는 의정(醫政)협의체에서 ‘원점 재논의’ 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능후 장관과 최대집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합의문 서명식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합의 패싱’에 항의하는 전공의들이 막아선 탓에 시간을 오후 1시로 미뤘다가 결국 정부서울청사로 장소를 변경해 가까스로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모르는 보도자료가. 회장이 패싱 당한 건지”라고 반발했다.

특히 전공의들은 정부의 정책 ‘철회’를 요구해왔는데 합의문에는 정책 ‘중단’이란 한 발 물러선 듯한 표현이 들어간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당초 서명식 장소인 건강증진개발원으로 몰려든 전공의들은 “합의한 적 없다” “전면 철회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 시위를 벌였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전공의들 항의에 최대집 회장과 박능후 장관이 합의 서명을 하지 못한 채 장소를 떠났다고 한다. 제2의 장소로 옮겨서 합의 서명을 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최 회장은 무조건 자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소를 옮겨 합의문에 서명한 최대집 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원점 재논의’ 명문화에 방점을 찍은 뒤 “‘철회’ 두 글자를 얻는 과정에서 얻게 될 것과 잃게 될 것을 냉정하게 고민했다.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게 협회장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의협에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