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라더니 '현실' 되어가는 추미애 아들 의혹

입력 2020-09-04 11:44
수정 2020-09-04 11:46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이 관련 녹취록 공개 등 하나 둘 증거가 나오면서 보수 야권에선 "소설이라던 의혹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추미애 장관은 야당 의원이 아들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소설 쓰시네"라고 말한 바 있다.

4일 신원식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추미애 장관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해 휴가 연장을 부탁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최초 의혹이 제기됐을 땐 추미애 장관은 물론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 동부지검 조차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냈었다.

신원식 의원실에 따르면 검찰이 "보좌관의 연락을 받았다"는 군 관계자의 진술을 받았지만, 참고인 진술 조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가 근무했던 부대의 지원 장교였던 A대위는 올 6월 서울동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A대위는 조사에서 "추미애 의원 보좌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휴가 연장 관련 문의 전화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이 계속 '확실히 기억이 나느냐' '상당히 중요한 거다'라는 식으로 다그친 끝에 A대위가 합의 하에 조서에서 해당 내용이 빠졌다고 했다.

신원식 의원실은 동부지검이 이를 부인하자 A대위가 추미애 장관 보좌관 연락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추미애 장관과 동부지검은 녹취록 공개 뒤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달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지휘관이 구두 승인을 했더라도 휴가 명령을 내게 돼 있는데 서류상에는 그런 것들이 안 남겨져 있다"면서 "행정 절차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경두 장관은 "절차에 따라 병가와 휴가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한다. 간부의 면담 일지에는 기록이 돼 있는 것으로 제가 확인했다"면서도 "지적한 대로 일부 행정처리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씨는 카투사 일병으로 복무하던 2017년 6월5~14일과 같은달 15~23일, 두 차례 병가를 썼다. 예정대로라면 6월23일 부대에 복귀해야 했다. 그러나 서씨는 정해진 날짜에 복귀하지 않았고 개인 연가 명목으로 나흘(6월24~27일)을 부대 밖에서 더 머문 뒤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상급 부대 모 대위가 당직 사령실로 찾아와 휴가 연장 건을 직접 처리하겠다고 했다는 당시 동료 병사들 증언도 나왔다.

육군 규정에 따르면 병가를 쓰려면 진단서나 군의관 소견서 등을 부대에 제출하고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추미애 장관 아들이 두 차례 쓴 병가의 근거 기록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3일 MBC 보도에 따르면 군 관계자는 "검찰에서 서씨의 휴가 연장이 정상 절차대로 이뤄졌는지 문의해와 '국방부 지침 위반'이라는 답변을 보냈다"고 밝혔다.

육군 규정은 일단 퇴원하면 부대로 복귀하는 게 원칙이지만 서씨는 퇴원 후 집으로 갔고 의료인을 불러 소독 등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의료인을 불러 치료받는 이른바 '왕진'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또 병가가 끝나면 그 기간 중 진료기록, 수납영수증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지금 이 서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군 관계자도 해당 부대에 대한 감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씨 측은 1차 병가는 국군 양주병원에서, 2차 병가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필요한 서류를 받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씨의 병가 연장을 심의하지 않은 건 해당 부대의 문제이지, 특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추미애 아들 무단휴가 의혹 규명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